파트너사 지원 전담 조직 만들고
공동 기술 연구개발 펀드도 조성
거래 땐 100% 현금 지급해 숨통
인사·경영·재무·법무 등 적극 지원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선순환 생태계’다. 성장에 따른 과실을 땀 흘린 모든 이들이 함께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돕자는 차원이 아니다.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건강해지고 경쟁력이 높아져야 관련 산업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이버는 협력사를 파트너사로 부른다. 하청업체가 아닌 동등한 입장에 있다는 의미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의 성장은 인터넷 생태계를 함께 가꾼 파트너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파트너사들과 상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이런 관점은 올해 7월 협력사들과 함께 열었던 ‘파트너스 데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네이버는 160개 파트너사에서 나온 320여명의 임직원들과 함께 공동 협약을 맺고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였다.
우선 경영컨설팅을 제공한다. 네이버는 아무래도 작은 기업일수록 인사, 재무, 법무 등 전반적인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생산성본부와 손잡고 다양한 경영 지원 서비스를 진행한다.
인사 시스템을 꾸려가는 방법, 조직 전체의 전략수립, 기존 조직진단과 관리회계 기법 전수, 조직문화와 구성원 의식 조사 등을 통한 조직 혁신방안 마련 등 기업 경영의 모든 차원에서 지원을 한다. 이 같은 지원은 파트너사에서 요청하면 무상으로 제공한다.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네이버는 연간 매출의 0.4%에 해당하는 자금을 IBK기업은행에 맡겨 1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만들었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네이버는 최대 10억원 규모까지 시중보다 2% 싼 금리로 자금을 융통해준다. 급하게 운영자금이 필요할 경우 1억원까지 급히 꾸어주는 ‘패밀리 기업 대출’도 있다.
네이버의 여러 지원책 가운데 파트너사들이 가장 반기는 부분은 네이버가 거래 때 100% 현금을 지급하는 점이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 관련 대금을 조기 지급하기도 한다. 기업 규모가 작은 파트너사들이 자금 압박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처다.

정보기술(IT) 기업의 생명과 같은 기술개발 지원도 적극 펼치고 있다. 네이버의 심사와 정부 검토를 통과하면 파트너사와 함께 기술개발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중소기업청과 함께 100억원대 연구개발펀드도 만들었다. 파트너사들의 기술력 강화를 도와서 네이버 자체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파트너사 직원들의 교육도 맡는다. 네이버는 ‘파트너ED’라는 온라인 학습 사이트를 만들어 파트너사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자체 직원 교육 시설이나 교재를 갖추기 어렵다. 네이버는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술들을 온라인 강의를 통해 익힐 수 있도록 했다. 보고서 작성법부터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활용법 등 실무적 내용과 회사생활 가이드, 개인정보보호 방법, 성희롱예방 가이드 등 회사 생활에 필요한 관련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오프라인 강좌도 갖추고 있다. 영세업자가 많은 네이버 광고주들의 특징을 감안해 무료 대여공간 파트너스퀘어에서 창업이나 광고, 비즈니스, 마케팅 등을 주로 강의 한다. 이 곳에 제품 관련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촬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 공간까지 마련했다.
파트너사들에 대한 지원들을 체계화하기 위해 네이버는 ‘네이버 동반성장 위원회’라는 내부 전담 조직도 갖추고 있다. 이 위원회 밑에 네이버파트너센터를 두고 구매심의, 지원심의, 서비스영향평가 등을 처리한다. 위원회는 파트너사들과 상생을 위해 합리적인 계약체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하도급 거래의 모든 과정을 공정하게 처리며 각 분야 계약을 분명한 서면으로만 처리하도록 하는 등 4대 실천사항을 만들었다.
또 파트너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파트너사 전용 커뮤니케이션 채널 ‘파트너스 라인’도 개설했다. 제도상 문의, 개선점, 애로사항 상담 등을 진행하는 공간이다.
네이버와 파트너사간 관계에서 윤리 위반 사항을 감시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온라인 상담할 수 있는 ‘기업윤리상담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거래 등 접촉 과정에서 금품이나 향응 등을 요구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부정행위를 감시, 적발하기 위해서다. 제보자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제보업체 보상제도’를 만들어 비리 제보 회사에 대해 정책적으로 보상까지 해준다.
어쩔 수 없이 네이버 직원이 식사나 선물, 기타 편의 제공을 받았을 때 즉시 내역을 회사에 보고토록 하는 리포트 제도까지 마련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단기적 이익공유가 아닌 공유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장기적이고 수평적인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파트너사들과 더 좋은 길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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