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낚싯배 전복 10명 사망
대한민국의 안전불감증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해상안전시스템은 기가 막히지만 ‘먹통’ 그 자체였다.
5일 밤 제주 추자도 해상에서 21명을 태운 낚시어선 ‘돌고래호’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해 선장 김철수(47)씨와 허석환(49)씨 등 10명이 숨지고 3명이 구조됐다. 하지만 사고 발생 하루가 다 지나도록 정확한 승선 인원조차 파악을 못해 누가 탔는지, 실종자가 몇 명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세월호 참사 후 온 나라가 안전에 대해 이야기해 왔지만 헛구호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6일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낚시객 등 21명을 태운 전남 해남 선적 돌고래호(9.77톤)는 5일 오후 7시 39분께 제주 추자도 예초리에서 500m 정도 떨어진 해상에서 마지막으로 위치가 확인된 후 연락이 끊겼다. 다행히 11시간 후 생존자 3명만이 전복된 선박 위에서 하룻밤을 꼬박 새운 후 삶의 마지막 순간에 우연히 지나가던 어선에 의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승선인원조차 파악 못하고 구명조끼 미착용
그러나 구조 당국은 이날 오후 5시 현재까지 실종자가 몇 명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돌고래호는 5일 오전 2시께 전남 해남군 남성항에서 출항 당시 신고한 승선자 명부에는 모두 22명으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사고 후 확인 결과 명부에 있는 4명은 승선하지 않았고, 생존자 1명은 명부에 이름조차 없었다. 생존자 증언에 따라 승선자가 21명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를 둘러싼 과정과 대응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낚시 관리 및 육성법에 따르면 낚시 어선 업자는 출입항 신고서와 승선원 명부를 첨부해 출입항 신고기관장에게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고 있지만 소규모 어항인 경우 해당 지역 어촌계장 등 민간인이 신고장 접수를 대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신고과정에서 출항서류를 확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돌고래호가 출항한 해남군 북평면 남성항도 소규모 항으로 분류, 민간인이 해경을 대신해 입출항 신고 접수를 대행했고, 이로 인해 돌고래호의 승선인원 및 정원 초과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어민은 “낚시객들이 몰리는 기간에는 정원을 초과해 운항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안전불감증도 여전했다. 제주도 낚시 어선의 이용 등에 관한 조례안에는 구명조끼를 의무적으로 착용토록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사망자 10명과 생존자 3명 모두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기상여건인 좋지 않았는데도 무리하게 출항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해경과 기상청 등에 따르면 당시 사고해역에는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초속 9∼11m의 강한 바람이 불고 파도는 2∼3m 높이로 일었다. 기상청이 풍랑주의보를 내리지 않았지만 너울성 파도가 상당했다고 생존자는 전했다.
현재 선박의 입출항시 기상특보가 발효되지 않으면 해경이 제재할 수 없으며, 해당 선박의 선장이 결정하도록 되어 있어 무리하게 항해를 나섰다가 종종 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앞서 돌고래호는 지난 5일 밤 2시쯤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성항에서 출항한 후 추자도에서 낚시를 한 다음 다시 해남으로 돌아가기 위해 같은 날 오후 7시쯤 추자도 신양항을 출발했다. 이어 돌고래호와 함께 출항했던 돌고래1호는 기상불량으로 항해가 곤란해 추자도를 회항해 오후 7시 50분쯤 추자항으로 돌아왔지만, 돌고래호는 통신이 두절된 채 돌아오지 않았다. 같은 조건에서 선장의 판단이 생사 여부를 가른 것이다.
해경에 따르면 돌고래 1호 선장 정모(41)씨가 추자항으로 돌아오던 도중 오후 7시 44분부터 2분 간격으로 돌고래호와 전화연락을 시도했지만 돌고래호 선장 김씨는 통화 중 “잠시만”이라는 짧은 대답만 했고 이후 통화가 두절됐다. 이어 정씨는 오후 8시 40분쯤 추자도 해경안전센터를 직접 방문해 사고 사실을 신고했고, 확인과정을 거쳐 오후 9시 3분쯤 제주해경 상황실에 접수됐다.
해경은 사고접수 후 경비함정과 항공기 등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을 벌이고 있으며, 6일 오후 4시 현재까지 사망자 10명을 발견했다.
국민안전처 박인용 장관은 이날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를 방문해 추자도 선박사고 상황과 구조작업에 대해 보고받은 뒤 “단 한 명의 실종자라도 더 구조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주=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해남=박경우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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