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증명서 발급 거부한 공무원
민주·공화 대선후보 찬반 논쟁도
동성 부부에 대한 결혼 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미 켄터키주 공무원이 구금되자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에 대선주자들까지 가담하고 있는 가운데 테네시주 한 판사는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성 부부의 이혼 승인을 거부하는 등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둘러싼 충돌이 확산되고 있다.
테네시주 채터누가시의 제프리 M. 애서튼 판사는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는 연방법 적용범위를 과도하게 확대한 것이라며, 이런 논리라면 주 법원이 이혼 여부를 결정할 할 권한이 없다며 이혼 승인을 거부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애서튼 판사는 지난 31일 한 부부의 이혼 승인을 거부하며 판결문에서 결혼을 두 남녀 사이에서 성립되는 것이라고 명시한 테네시 주헌법이 동성간 결혼을 인정한 대법원의 결정과 배치되며 테네시 사법부는 ‘무엇이 결혼이며 언제부터 더 이상 결혼이 아닌지’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애서튼 판사는 이어 지난 7월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결정을 비판하며 대법원의 결정으로 그 동안 남녀 사이의 법적 결혼과 이혼만을 인정해 온 주 사법부의 권한이 침해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방대법원의 ‘사법적 명령’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대법원 판결의 효과는 결혼ㆍ이혼 소송을 해결하는 주 법원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연방대법원은 주 헌법의 전부나 일부를 전복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맹공격했으며 “사법적-백치정부(judi-idiocracy)”이라는 원색적 표현을 주저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애서튼 판사의 판결이 후 미시시피 주 하원 법사위원장이 주 차원의 결혼증명서 발급 업무의 중단을 고려하는 등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많은 주들의 저항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동성 부부의 결혼 증명서 요청을 거부하다 연방법 위반 혐의로 지난 4일 법정 구속된 켄터키주 로완 카운티 법원 서기 킴 데이비스(49)를 놓고 민주 공화 양당 대선 주자들이 논쟁을 벌이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민주당 경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결혼평등권은 우리나라의 국법”이라며 “공무원들은 법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구속결정을 지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도 “데이비드가 구속된 것은 싫지만 대법원이 결정한 우리나라의 법이기에 동성결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들은 데이비스를 지지하고 나섰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사는 기독교 여성을 체포했다”며 “이런 것은 미국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데이비스 사건이 발생한 켄터키를 지역구로 둔 랜드 폴 상원의원도 데이비스의 종교적 양심을 ‘진심 어린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데이비스가 양심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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