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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미 FTA 독소조항 바로잡아야

입력
2015.09.0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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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20년 정도인 오리지널 약(신약)의 특허기간이 만료되면 복제약이 허용된다. 통상 오리지널 약의 특허 만료와 함께 복제약이 시장에 출시되면 오리지널 약값은 30% 정도 떨어진다. 그리고 복제약의 가격은 오리지널 약의 절반도 안 된다. 복제약은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건강보험재정 손실도 막아준다.

그런데 이러한 가격인하 시스템이 폐기될 위험에 처해있다. 한미 자유무역혁정(FTA) 체결에 따라 지난 3월 15일부터 시행된 의약품 특허허가 연계제도는 복제약 업체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복제약 생산 허가를 받을 때 오리지널 제약사가 ‘특허를 침해 받았다’고 이의를 제기하면 복제약 업체는 9개월 동안 해당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독소조항 때문이다. 오리지널 제약사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특허권을 오남용하여 판매금지신청을 하면 9개월 동안 비싼 오리지널 약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판매금지신청이 이유 없다고 밝혀지면 오리지널 약값을 부당이득으로 환수할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했으나 복병을 만났다.

법사위에서 제동을 건 것이다. 법사위는 “첫째, 특허침해소송에서 패소하였더라도 판매금지신청행위를 위법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둘째, 판매금지 처분기간 동안에 판매한 오리지널 약값에 대하여 특허권자가 부당이득을 얻은 것이라고 할 수도 없고, 건보공단이 부당이득 피해자라고 할 수 없다. 셋째. 판매금지신청을 하지 않은 사이 복제약이 판매되었는데 후에 특허침해로 밝혀진 경우 손실액 보전 규정이 없어 형평에 어긋난다”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법사위의 지적은 법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먼저, 대법원은 권리의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의 존재를 주장하는 자의 신청에 따라 가압류를 한 후 채권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경우 가압류 신청자에게 고의,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런 논리는 판매금지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또, 복제약의 건강보험 적용시 오리지널 약의 가격이 기존 대비 70% 수준으로 인하되는 구조에서 판매금지 신청과 약가 인하 지연에 따른 손실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

마지막으로 분쟁당사자가 행정처분 형식으로 손실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직접 징수하도록 하는 입법례는 현행 건보법 제57조에 따른 부당이득 징수금 외에도 다수 존재하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공익상의 목적과 행정 목적 달성 등에 필요한 경우 사적 거래 대상을 공법의 규율 대상으로 정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부당한 판매금지로 발생한 손실을 공단의 처분 형식으로 징수하도록 하는 것이 현행 입법체계에서 가능한 것이다.

그 밖에도 법사위는 건보 재정 손실은 약사법상 판매금지제도의 허점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약사법 개정을 통하여 개선해야 할 사항이라며 반대 이유를 든다. 그러나 이는 약사법 개정을 위해서는 미국과 협상이 필요하며, 실제 협상이 제대로 될 것인지도 불분명하고, 건강보험재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건강보험법에 직접 규정이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국회는 한미 FTA에 따른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의 시행일에 맞춰 특허권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는 판매금지제도를 도입한 약사법을 통과시켰으면서도 부당한 판매금지 신청으로 발생한 손실을 환수하는 법안은 보류하고 있다. 특허권자에게 과도한 권리만을 보장한 채 이를 제제할 수단이 없는 현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개선되어야 한다.

한미 FTA에 따른 허가특허 연계제도 시행 5개월이 지났다. 우리 국민의료비 중 가계 직접 부담은 35.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9%의 2배 수준이며, 건강보험재정에서 약품비 비중은 OECD 최상위인 30%를 육박한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건보법 개정안의 통과를 기대한다.

신현호 법무법인 해울 대표 변호사ㆍ고려대 법학전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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