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앞바다 화재선박 침착한 대응 승선원 7명 전원 구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비바람에 파도까지 몰아쳐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밀려왔지만 선원들의 침착한 대응으로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불빛도 없는 악천후 속에 선박 화재로 대형 참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선장과 선원들의 차분한 대응으로 승선원 7명 모두 목숨을 건졌다.
6일 여수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27분께 전남 여수시 삼산면 백도 동쪽 10마일(16㎞)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경남 사천 선적 39톤급 저인망 어선 205흥성호가 침수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여수해경은 500톤급 경비정을 급파했고 1시 5분께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배에 연기가 가득 차고 불길이 번진 상태였다.
선원 장모(40)씨는 기관실 쪽에서 연기가 새 나오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 조업 중이던 선원들은 불을 끄려 했지만 이미 기관실 내부는 연기와 매캐한 냄새로 가득 차 들어갈 수 없었다. 20여 분간 진화를 시도하던 선원들은 불길을 잡기 어렵자 소화기 2개를 터뜨려 기관실에 던져 넣었다.
하지만 기관실 내 엔진 기름으로 옮아 붙은 불길은 순식간 갑판 전체로 번졌다. 위기감을 느낀 천모(56) 선장은 퇴선 결정을 내렸고 경험 많은 선원 김모(64)씨는 “바다로 뛰어내리라”며 고함을 지르면서 구명 뗏목을 바다로 투하했다.
전기가 끊겨 불길 이외에는 암흑에다 비바람이 강하게 몰아치고 파도까지 높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거센 불길에 배 안에 있는 가스통이 터질 수 있는 위급한 상황 속에서 5분여 만에 7명 모두 화재 선박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은 배와 연결된 밧줄을 자르고 노를 저어 뗏목을 배에서 멀리 떨어지려 했지만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뗏목의 덮개는 지퍼가 고장 나 빗물이 세차게 들어오고 높은 파도로 바닷물이 계속 흘러 들어왔다. 선원들은 뗏목에 있던 플라스틱 물병을 잘라 번갈아 가며 뗏목 안의 물을 퍼내며 버텼다.
이들은 사고 해역에서 북서쪽으로 10㎞ 떨어진 곳까지 표류하다 인근 해역에서 수색을 벌이던 민간 선단선 208흥성호에 발견돼 7명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승선원들은 건강에 이상이 없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하태민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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