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ㆍ고금리 대출이 급증해 가계부채 문제의 ‘취약고리’로 대두되고 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저축은행, 신협, 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기관의 기타대출 잔액은 전분기 대비 5조원 증가한 138조원에 달했다. 기타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대출로, 가계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90%를 차지한다. 분기 증가액 5조원은 한은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문제는 비은행권 신용대출이 주로 은행 이용이 어려운 저소득ㆍ신용계층이 고금리를 무릅쓰고 이용하는 것이어서 향후 금리가 오르면 심각한 채무불이행 사태를 일으키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 규제완화와 저금리로 대출 문턱이 대폭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비은행ㆍ고금리 대출이 급증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문턱이 낮아 수요가 늘어난 만큼, 은행권으로서는 위험이 덜한 주택담보나 고신용자 대출에 집중해 오히려 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은 상대적으로 더 높아진 탓이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이 분석한 한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9개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중소득층 이상(연소득 3,000만원 이상) 가계의 대출비중은 지난해 말 65.4%에서 지난 6월 말 66.1%로 증가한 반면, 저소득층 비중은 34.6%에서 33.9%로 되레 감소했다. 대신 같은 기간 저축은행 등 비은행기관의 저소득층 가계대출 비중은 31.4%에서 32.8%로 높아져 저소득층 대출이 비은행권으로 쏠리는 현상을 반영했다.
대출금리의 ‘부익부 빈익빈’ 부작용도 심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7월 현재 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연 3.43%였다. 반면 저축은행은 연 11.7%였고, 신협이나 새마을금고도 각각 연 4.73%, 연 4.13%에 달했다. 요컨대 은행 가계대출 규제완화의 부작용으로 은행 대출에서 밀린 저소득층은 부득이 연 1% 포인트 높은 비은행기관 대출금리를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올 들어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주로 은행권의 고금리ㆍ변동금리 대출을 저금리ㆍ고정금리로 전환하는 안심대출 정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그 사이 전ㆍ월세 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한 저신용ㆍ저소득계층 대출은 오히려 은행권에서 소외돼 비은행기관과 대부업체로 쏠렸다.
아직 전체 가계부채 중 대부업체 대출 비중은 1%이고, 비은행기관의 기타대출을 포함해도 10%대 초반에 불과하다. 하지만 과거 종금사 부실이 외환위기를 촉발했듯, 유사시 취약계층의 비은행 가계대출 역시 금융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불씨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미국 금리인상 등에 따른 금리 상승이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저소득ㆍ전신용 계층의 비은행 가계대출에 대한 위험 관리대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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