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입산 흡연 등 불법행위 빈번
SNS엔 비등산로 산행 소개까지
공원관리사무소, 이달까지 특별단속
# “국립공원에서 탐방로를 벗어나 등산을 하는 건 불법입니다.”
지난달 23일 한라산 관음사 탐방로에 위치한 탐라계곡. 출입금지 지역인 이곳에 40~50대 남녀 등산객 10여명이 발을 들였다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적발됐다. 등산객들은 한라산 중에서도 비경지로 알려진 탐라계곡 삼단폭포를 보고 하산하던 길이었다. 이들은 “화장실을 찾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둘러댔지만 탐라계곡 주변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지대로 화장실이 있을만한 곳이 아니다. 결국 이들 등산객들에게는 과태료가 10만원씩 부과됐다.
# 지난 5월 6일 애완견을 갖고 한라산을 등반하던 30대 여성 등산객도 국립공원사무소 직원들에게 적발돼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됐다. 국립공원 내에는 애완동물 동반 입장이 금지돼 있다. 이 여성은 가방에 애완견을 담아 3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해발 1,500m에 위치한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데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등산객들이 등산로가 아닌 곳에 길을 내고 산을 오르내리고 심지어 취사행위까지 버젓이 이뤄지면서 환경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한라산국립공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한라산을 찾았다가 자연공원법을 위반해 과태료를 부과받은 등산객은 모두 65명에 달한다. 유형별로는 흡연이 32명으로 가장 많았고, 출입금지 지역 진입 28명, 취사 4명 등이다. 관리사무소 측은 또 희귀식물을 무단 채취한 2명을 적발해 제주자치경찰단에 넘겼다.
한라산국립공원에서는 지난 2010년 취사행위가 전면 금지됐다. 2013년부터는 흡연도 완전히 금지됐지만 등산객의 불법 행위는 여전하다. 특히 지정된 탐방로가 아닌 비등산로, 계곡, 암벽지를 무단으로 입산하는 행위와 야간 산행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 등산 동호인 인터넷 카페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지정된 탐방로가 아닌 비등산로를 통한 산행이나 야간 등산 일정 등을 소개하는 글들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또 한라산내 희귀식물을 불법 채취하거나 약초들을 캐기 위해 무단 입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지만 한라산국립공원 면적이 너무 넓고 단속인력도 많지 않아 단속은 역부족이다.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등산하기 좋은 가을철을 맞아 무단 입산 등 각종 불법 행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달 말까지 특별 단속을 벌이고 있다”며 “올바른 등산문화가 정착돼 한라산을 현재 모습 그대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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