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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리랑 대장경’

입력
2015.09.0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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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랑 아라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여라 노다 가자/ 아라랑 타령 정 잘하면/ 80명 기생을 다 거둔다/ (후렴) / 아리랑 고개 집을 짓고/ 오는 이 가는 이 정 들여 놓지/ (후렴) /달은 밝아 내 몸을 비치네/ 님을 잡고 낙루만 한다.’ 1916년 독일 프로이센 수용소에 러시아군 포로로 잡혀 있던 ‘고려인 3세’ 그레고리 김(김흥준)이 당시 독일 언어학자들의 조사에 응해 불러 SP 음반에 수록돼 남겨진 아리랑 가사다. 처음에는 ‘아라랑 아라랑’으로 시작하더니 후렴에서는 ‘아리랑 아리랑’으로 바뀌었다.

▦ 서양 악보로 채록된 가장 오랜 아리랑인 호머 헐버트의 아리랑(1896년)도 비슷하다. ‘아라렁 아라렁 아라리오/ 아라렁 얼싸 배 띄어라/ 문경 새재 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 오래 된 아리랑에 ‘아라랑’‘아라렁’이 ‘아리랑’과 같이 쓰인 것으로 보아 ‘아라(Ara)’와 ‘아리(Ari)’는 같은 말이거나 같은 뿌리의 유사어일 가능성이 크다. 아리랑의 어원에 대한 제설(諸說) 가운데 고유어 ‘얼(魂)’, 또는 산ㆍ구릉을 가리키는 만주어 ‘아르(Ar)’에 초점을 맞춘 주장에 귀가 솔깃해지는 이유다.

▦ 아리랑은 천의 얼굴, 만의 소리를 가졌다. 구비문학 전문가인 경북대 김기현 교수가 경북 문경시의 요청으로 세계에 흩어진 아리랑을 모았더니, 기록으로 남은 것만도 2만5,000수에 달했다고 한다. 다양한 변용이 구전 민요의 일반적 특성이라지만, 다른 민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양성이다. 그만큼 아리랑이 겨레의 대표 민요임을 뒷받침한다. 그 가운데 가치 있는 아리랑 1만68수를 추리고, 전국의 한글서예가 120명에 의뢰해 문경산 전통한지에 쓰게 했다. 가로 40㎝, 세로 60㎝의 전통기법으로 제본한 책 50권에 나눠 담은 게 바로 ‘아리랑 대장경’이다.

▦ 5일 서울 인사동에 보관돼 온 ‘아리랑 대장경’을 문경의 옛길박물관으로 옮기는 이운식(移運式)이 성황리에 치러졌다. 헐버트의 아리랑에 일찌감치 등장한 것은 물론, 진도아리랑 등에도 ‘문경 새재’가 나온다. 세상을 떠돌던 그 많은 아리랑을 노랫말의 고향에 안긴 상징성이 크다. 박물관에서는 문헌과 음원 등의 자료도 접할 수 있다. 새재 옛길이 더 많은 탐방객에 손짓하고 있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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