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가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1강 체제’에 도전하고 있는 노다 세이코(55·野田聖子) 중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출마의사를 밝히며 유일한 대항마를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8일 후보등록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아베 총리무투표 당선을 막겠다는 행보 자체만으로도 현재의 자민당 풍토에선 희귀한 존재로 평가 받고 있다.
노다는 총재 후보 등록 마감을 사흘 앞둔 5일 지역구가 있는 기후(岐阜)시내에서 “무투표는 당의 상식이 아니다”며 출마의사를 재확인했다. 입후보에 필요한 추천인 20명의 서명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추천인 수를 생각하지 않고 협력해주는 동지들에게 꾸준히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 선정 과정에 투표가 없다는 것은 좋지 않다, 파벌 지도자들끼리 무투표를 결정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다는 8선 의원으로 자민당 내 여성 의원을 대표하는 중량급 인사다. 도쿄의 데이코쿠(帝國)호텔 직원을 거쳐 1993년 중의원 선거에서 중앙정계로 진출했다. 1998년 오부치 내각에서 37살 나이로 입각(우정상), 일약 차세대 여성 리더감으로 주목 받았다. 2008,09년 아소 다로 내각에서 특명담당장관, 2012년 출범한 2차 아베 정권에선 당 3역인 총무회장을 역임했다.
저출산 문제에 관심이 많은 그는 임신과 유산을 거듭한 경험을 담아 2004년 ‘나는 낳고 싶다’는 책을 내고, 2011년 50세 나이에 체외수정으로 아이를 낳았다. 각료 시절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참배했지만 아베 정권의 집단자위권 법안 추진에 대해선 법적 안정성을 명분으로 이견을 표하기도 했다. 일한의원연맹에서 활동해 작년 7월 방한 땐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기도 했다.
이미 모든 파벌이 ‘아베 지지’를 선언한 상황에서 관심은 노다가 추천인 20명을 채워 20일로 잡힌 경선을 성사시킬지, 아니면 예상대로 아베가 8일 무투표 재선을 확정 지을지 여부다. 만약을 대비해 자민당 지도부는 노다가 후보등록에 성공하더라도 지방순회 유세를 생략하거나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베 정권의 사활이 걸린 안보법안 참의원 표결 목표기간(14~18일)과 겹치는데다, 야당 측이 “총리가 바뀔지 모르는데 안보법안을 심의할 수 없다”며 국회 일정을 거부할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나 노다의 후보등록 여부는 자민당이 최소한의 건강성을 갖고 있는지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노다 의원 측은 진행상황을 함구하고 있다. 추천인 확보명단이 유출될 경우 당 핵심부의 방해작업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20명을 채우기 어려울 것이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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