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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시(詩)

입력
2015.09.0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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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문학상 시상식 자리였다. 가고 싶지 않았으나 꼭 가야할 일이 있어 거기 앉아 있었다. 문학가들이 나와 말을 하고 있었다. 문학가들이 문학 얘길 하는데, 그건 문학도 아니고, 동사무소 업무도 아니고, 정치적 언쟁도 아니고, 그냥 말하기 위해 말하는 자리였다. 나는 내가 여태 살아온 게 문학한 것도 아니고, 행정업무 처리한 것도 아니고, 정치 논쟁은 언감생심이고, 그냥 말하기 위해 말을 만들어 온 거 아니었던가 싶어 아연하고 창피했다. 화들짝 집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또 하나가 있었다. 신인상을 수상한 한 젊은이가 나왔다. 겉보기엔 멀끔하고 똑똑한 인상에 세탁소에서 막 다림질한 듯한 양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가만 보고 있었다. 마이크를 들고 소감을 말하려 하는데 말문이 안 터지고 있었다. 장애가 있는 청년이었다. 뇌성마비 같았는데 정확한 병명은 알 수 없었다. 어깨를 여러 차례 비틀며 뭔가 말하려 했으나 듣지 않아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고, 그 지레짐작이 실례였더라도 그 몸짓 자체가 원체 정확하고 절박해서 공간이 버럭 뜨거워졌었다. 무슨 말인지 문장화 되지 않았어도 그가 던지려 한 말의 물리적 원환이 좌중을 그물처럼 사로잡았다. 못 참겠다는 듯 한쪽에서 박수가 터졌다. 거기 맞춰 벌떼 울음 같은 기립박수가 울렸다. 그럴수록 청년의 표정은 웃음과 울음을 다 담은 극명한 해골이었다. 저게 진짜 시라 여겼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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