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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난민 사태, 국제사회의 양심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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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난민 사태, 국제사회의 양심을 묻고 있다

입력
2015.09.0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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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새벽 터키 남서부 보드럼 해변가에서 세 살 된 시리아 아기가 숨진 채 발견됐다. 빨간 티셔츠, 파란색 반바지 차림의 아기는 마치 얼굴을 모래에 묻고 잠을 자는 듯했다. 부모, 다섯 살 형과 함께 내전 중인 시리아를 떠나 그리스의 섬으로 가는 중 배가 뒤집혀 해변까지 떠밀려 온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 엄마와 형의 시신도 발견됐다. 이들이 탔던 작은 고무보트의 잔해도 여기저기 나뒹굴었다. 뒤늦게 병원 영안실에서 아기의 시신을 찾은 아버지는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꿈꿨던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오열했다.

터키 해변에서 날아온 이 아기의 사진 한 장에 세계가 비탄에 잠겼다. “너무 미안하다” “억장이 무너진다”는 애도의 물결에 이어 어린 생명에 등을 돌린 국제사회의 비정한 양심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아기의 이름을 딴 모금펀드에는 익명의 기부가 잇따랐다.

정정이 불안한 중동, 아프리카에서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탈출하는 난민의 참혹한 현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난민 규모도 2차 대전 이후 최대라고 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는 기차를 타고 서유럽으로 가려는 수천 명의 난민들이 연일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난민촌으로 끌려가기를 거부하는 할머니가 손자를 품에 안고 철로에 누워 울부짖는가 하면, 가장이 아내와 어린 아이를 선로에 내던지고 자해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지중해에서만 3,500여명의 난민이 목숨을 잃었다.

난민 수용을 놓고 극도의 분열상을 보이던 유럽 각국은 분노 여론에 밀려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난민수용에 가장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영국은 수일 내 난민수용 규모를 밝힐 것이라고 언론이 전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정부가 헝가리를 통해 들어오는 난민을 제한 없이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5일 하루 동안 1만여 명의 난민이 두 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마지못해 난민을 수용하는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당장 난민에게 철도와 버스 편을 제공하고 있는 헝가리 정부는 교통편 제공을 ‘일시적’이라고 못박았다. 영국을 비롯한 상당수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각국의 인구, 경제력, 실업률 등을 고려해 난민을 분산 수용하자는 독일의 ‘난민 쿼터제’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대량난민 사태를 촉발한 중동ㆍ아프리카 정정 불안의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당장 이 비극의 땅을 내전 이전의 평화로운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죽음의 탈출을 감행하는 이들만이라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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