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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의 제5원소] 전쟁의 경제학, 전쟁의 과학

입력
2015.09.0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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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은 정부가 정한 임시공휴일이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경제효과를 1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며칠 뒤인 18일 정부는 실제 2조원 정도의 소비지출을 유도했다고 발표했다. 어디서 본 듯한 데자뷰를 느낀 건 아마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난 2010년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 때 한국무역협회는 이틀간의 정상회의가 유발하는 경제효과를 450조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 많은 돈이 대체 누구의 호주머니로 들어갔을까 무척 궁금하기도 하지만, 하루 임시공휴일로 우리가 2조원을 쓴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내겐 새로운 궁금증이 생겼다. 북한과 전쟁하면 그 경제효과는 얼마나 될까?

8월 20일 북한의 포격과 아군의 대응사격이 오간 이튿날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반나절 만에 시가총액 24조원이 증발했다. 종편 방송과 유력 신문사들뿐만 아니라 공중파 방송사들까지도 이번엔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전쟁불사를 외치고 나섰다. 놀랍게도 전쟁의 경제효과를 따지는 언론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돈 버는 일이 지상 최대의 과제인 한국사회에서 드디어 돈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바로 전쟁이다.

가장 최근에 겪은 국가적 재난의 경제효과를 돌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2014년 세월호 사고 때문에 그 해 민간소비가 약 1조8,000억원 줄어들었다는 보고가 있다. 올해 메르스 사태가 경제에 미친 충격은 세월호 때의 5배라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피해자들의 목숨과 가족이 겪은 고통, 전 국민이 받은 충격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말 전쟁이 나면 우리가 어떤 위험과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지 정부나 군 당국이 정확하게 알려 준 적이 거의 없다. 그럴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지만, 군사작전권도 없는 우리에게 그런 예측 능력이나 있을까 싶다. 1994년 북핵 위기 때 클린턴 미국정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개전 24시간 내 수도권 150만명 사상, 일주일 만에 500만명 사상, 전쟁 당사국과 인근 국가의 직접적인 경제손실만 1조달러 이상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2013년 미 헤리티지 재단의 선임연구원 브루스 클링너는 한반도 전쟁 시 결국 연합국이 승리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 수준의 사상자(전체 사상자 약 3,252만명, 938만명 전사)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전쟁불사론자들에겐 이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는 모양이다.

돈벌이보다 중한 전쟁이라면 최소한의 과학적인 분석은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이는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도 꼭 필요하다. 어떤 요소를 얼마나 제거해야 전쟁 위험이나 전시 피해가 어떻게 줄어드는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향후 남북한 상호군축이나 현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쟁을 하든 말든, 이제는 전쟁의 과학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이종필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BK사업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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