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상대 후보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선고유예란 가벼운 범죄를 처벌하지 않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없던 일로 하는 처분으로, 조 교육감은 판결이 확정되면 교육감직을 유지하게 된다.
서울고법 형사6부는 판결문에서 “상대 후보의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인정되나 공적 적격을 검증하기 위한 의도였고 악의적인 흑색선전이 아니어서 비난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조 교육감이 의혹을 직접적ㆍ단정적으로 공표한 것이 아니라 간접적ㆍ우회적으로 암시했고 고 후보가 반박할 여지가 있음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조 교육감의 주장이 사실과는 다르나 혐의가 무겁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교육계에서는 고 후보 관련 의혹이 이미 제기된 상태로 유권자에게 필요한 공직후보자 검증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당시 기자회견이 정당했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조 교육감 측에서는 이런 점을 들어 검찰 주장처럼 의혹 내용이 허위 사실로 밝혀졌다 해도 경위를 참작해 선고유예를 해달라고 요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 처벌 규정의 최저 형량이 벌금 500만원이어서 유죄가 인정되면 무조건 교육감 당선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상 당선무효 기준은 벌금 100만원 이상이어서 2심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게 된다. 재판부가 선고유예를 내린 이유도 조 교육감에게 인정되는 혐의와 이로 인해 교육감이라는 중요한 직위를 상실하게 될 때의 비교이익을 신중히 판단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조 교육감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민의에 의해 당선된 직을 박탈할 정도의 문제라고 판단하지는 않은 것이다. 벌금형이 선고돼 또다시 교육감 선거를 해야 하는 국가적 낭비를 고려한 결정은 적절해 보인다.
검찰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경고로 그친 사안을 뒤늦게 기소한 정치적 의도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이번 판결을 통해 조 교육감의 주장이 ‘무분별한 의혹제기’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검찰이 무리수를 둔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판결이 뒤바뀐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으나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배심원들의 판단에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상고를 포기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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