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험 사각지대 줄이기 위해 저임금 근로자 보험료 지원
"소득 노출되면 건보료도 내야"… 혜택 필요한 근로자들이 외면
5명 남짓 일하는 부산의 한 기계 제조업체에서 조립업무를 하고 있는 최모(52)씨는 회사 일이 많을 때만 출근하는 비정규직이다. 최씨는 고용보험과 국민연금료를 떼지 않고 한 달에 60만~100만원 정도 손에 쥔다. 그는 정부가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의 일정액을 지원한다는 사실을 들은 적은 있지만 보험에 가입할 생각은 없다. 최씨는 “100만원이 채 안 되는 돈에서 보험료를 떼면 얼마나 남겠느냐”며 “사장님께 보험에 가입해달라고 얘기하는 것도 껄끄럽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회보험 가입률이 낮은 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회보험 가입을 돕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두루누리 사업’의 수혜자 10명 중 7명이 이미 사회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보험 미가입 노동자들을 끌어들여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두루누리 사업은 10인 미만 사업장 월 140만원 이하 노동자들과 사업주를 대상으로 정부가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보험료 절반씩을 지원하는 제도로 2012년 시작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임금 100만원 이하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19.9%, 국민연금 가입률은 15.0%에 불과할 정도로 사회보험 사각지대가 넓다. 반면 임금 400만원 이상일 경우 가입률은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각각 95.2%, 96.6%다.
4일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두루누리사업 지원현황’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체 보험료 지원자 234만명 중 72.3%인 169만명이 기존가입자였다. 기존가입자에 대한 지원액수도 전체 예산(2,782억원)의 84.4%인 2,349억원이었다. 기존가입자는 최근 3년간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있는 사람이다.
정부는 2011년말 비정규직 대책의 하나로 영세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사회안전망안으로 끌어들이겠다며 사회보험료지원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의 가입률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2012년 72.8%였던 기존가입자 지원 비율은 2013년 39.4%, 지난해 56.4%로 낮아졌다가 올 상반기 다시 급등했다. 고용부는 두루두리 사업에 부처의 일반회계 예산(전체 2조497억원ㆍ2015년 기준) 중 가장 큰 규모인 5,586억원을 쏟아 붓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이런 문제가 지적됐지만 당국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저소득 노동자들이 사회보험가입을 꺼리는 큰 이유는 고용보험(보험료율 0.65%)이나 국민연금(보험료율 4.5%)에 가입하면 소득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보험료율이 높은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 포함 보험료율 6.31%)까지 가입해야 해 실질 소득이 줄어든다. 두루누리사업 시행 전 이미 노동계를 중심으로 전문가들은 노동자들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건강보험료의 지원이 이뤄져야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효과가 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육정책대학원 교수는“정부가 건강보험료도 일정 수준 지원해야 사각지대 해소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 예산 사정으로 어렵다면 기존 가입자들에게는 보험료 지원 기간을 제한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은철 고용부 고용보험기획과장은 “외국에서도 사회보험료 지원시 기존 가입자들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내년부터는 신규가입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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