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단체 "상봉에만 목 맬 수 없다"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추석을 기점으로 성묘 방문단을 꾸려 방북을 추진한다. 2000년 이후 19차례에 걸쳐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에도 턱없이 부족한 상봉 규모와, 이산가족의 심각한 고령화로 민간단체가 스스로 나선 것이다.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와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는 4일 서울 구기동 이북5도청 통일회관에서 발단식을 열고 ‘80세 이상 고령 이산가족 성묘방북 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우선 25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 동안 고령 실향민 30여명과 가족보조원 30명, 수행원 30명으로 구성된 개성 성묘 방북을 추진하기로 했다. 추진위는 정부에 방북 허가를 얻겠다고 밝혔다.
민간단체가 독자적으로 성묘 방북을 추진하려는 것은 이산가족 고령화 탓에 상봉 가능성이 갈수록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이동복 성묘방북 추진위 집행위원장은 “이산가족 실향민은 상봉에만 목을 맬 수가 없다”며 “살아생전 고향 땅을 한번 밟아보는 것만큼 절실한 염원이 없다”고 강조했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1988년부터 정부에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실향민은 12만9,698명(7월말 기준)으로 이 중 절반인 6만3,406명이 이산의 한을 풀지 못하고 숨졌다. 현재 상봉 대기자도 80~89세 연령대가 2만8,101명으로 가장 많았고, 90세 이상도 7,896명에 달해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성묘방문단의 방북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추진위도 정부가 방북을 허가해도 북측이 거부하면 입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 집행위원장은 “실향민이 사망한 친인척의 묘소를 방문할 수 있도록 규정한 유엔 ‘국내실향민 처리지침’에 따라 국제사회의 지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1차 방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평양과 함경남도 함흥, 황해도 사리원, 강원도 통천 등 4개 지역에 대해서도 시범 방북단을 보낼 계획이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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