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는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 7’이 또 다시 ‘악마의 편집’ 논란에 휩싸였다. 오디션 출연자가 아닌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가수 가인을 대상으로 한 편집이 세인의 입에 올랐다.
지난 3일 방송된 ‘슈퍼스타K 7’에서는 2차 관문 ‘슈퍼위크’로 가기 위한 오디션이 전파를 탔는데 임예송 도전자가 특히 주목 받았다. 느릿한 말투와 행동으로 독특한 매력을 선보인 임예송은 자작곡 ‘양장점’으로 시청자의 귀를 즐겁게 했다. 윤종신은 개성 있는 곡을 칭찬하며 “뻔하지 않아 좋다”고 합격을 줬고, 김범수도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다양한 요리들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가인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약간 비염이 있느냐. 비염 때문에 가사가 안 들린다”며 불합격 판정을 했다. 이후 가인은 김보라 도전자에게도 “너무 (노래가) 오버가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한다. 불합격이다”고 말해 이날 작정하고 악역을 담당한 듯 보였다.
하지만 4일 오전 가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억울한 심정을 호소했다. “분명 합격이라고 했는데 왜 ‘불합격입니다’라고 나갔을까. 미워하지 마세요. 저 진짜 그렇게 얘기 안 했어요. 진짜예요. #악마의 편집 언젠가는 한 번쯤 오리라 생각했음. 안녕? 반가워!!”
방송 이후 가인은 임예송을 불합격시켰다는 이유로 네티즌의 질타를 받았다. 따가운 시선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가인이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본인은 분명 합격점을 줬는데 어이없게도 방송에는 불합격이라고 나왔으니 억울할 만도 하다.
가인의 해명으로 ‘악마의 편집’ 논란이 확산되자 ‘슈퍼스타K 7’ 제작진은 당황한 분위기다. 이날 부랴부랴 공식입장을 내고 “가인 심사위원이 임예송 참가자에게 불합격을 준 것으로 나왔는데 이는 제작진의 편집상 오류로 합격을 준 것이 맞다”고 실토했다. 이어 “여러 명의 담당PD들이 촬영 편집한 개별 편집본들을 취합하여 종합 편집하는 과정에서 촬영PD와 편집PD가 다르고, 슈퍼위크 일정이 겹쳐 최종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제작진의 잘못으로 편집 오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특별 심사위원으로 활약해준 가인 심사위원에게도 따로 사과의 인사를 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제작진의 짧은 사과만으로 ‘악마의 편집’ 논란이 잠재워질까. ‘슈퍼스타K’는 2015년 시즌 5때 중대 고비를 맞은 적이 있다. 사실을 지나치게 비튼 듯한 편집에 의한 ‘사연팔이’ 등으로 참가자들의 노래 실력보다는 개인사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시즌 5의 마지막회는 1.7%의 시청률을 기록해 존폐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허각과 존박 장재인 등 걸출한 스타를 배출하며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냈던 시즌 2(2010)의 명예까지도 흔들어놨다. “악마의 편집이 부른 화”라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었다. 제작진은 지난해 시즌 6을 통해 “더 이상의 악마의 편집은 없다. 참가자들의 실력을 주로 보여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CJ E&M 내부에서는 “시즌 6이 망하면 ‘슈퍼스타 K’자체가 폐지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 때문에 제작진은 예선전부터 주목 받는 참가자들의 노래를 끊지 않고 보여주는 등 ‘악마의 편집’의 싹을 아예 없애는 조치를 취했다. 시즌 6 마지막회가 5%에 가까운 시청률로 마무리된 건 ‘악마의 편집’에 대한 집착을 버려서라는 평가다.
여론은 ‘슈퍼스타K 7’ 제작진의 단순한 실수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심사위원이 아예 하지 않았던 생각들까지도 편집으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진짜 무서운 사람들(제작진)인 듯하다. 방송을 자기들 구미에 맞게 만들어 내고 있다”(sma***), “무슨 오류인가. 안 좋은 표정만 편집해서 연속으로 보여주더만”(luc***), “연예인도 이렇게 눈 뜨고 당하는데 참가자들은 어떨지 뻔하다. “예선전부터 조작하는 걸로 봐서는 파이널 가면 문자점수 조작해서 등수도 맘대로 정할 듯”(cub***) 등 제작진을 성토하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기사 댓글에 올라와 있다. 어떤 출연자든 안전지대가 없는 듯한 ‘슈퍼스타K 7’는 과연 순항할 수 있을까. 이날 방송가에 던져진 강한 의문이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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