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사 없이 대형선박 446차례 곡예 운항
[부제목] 해운업체 대리점 대표, 선장 등 20명 적발
서류를 변조해 강제도선구역에서 도선사 없이 대형선박을 불법 운항하게 한 해운업체 대리점 대표와 선장 등 20명이 적발됐다. 여수해양경비안전서는 4일 공문서를 변조해 외항선박 6척에 대해 도선사 승선을 면제받게 한 혐의(공문서 변조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도선법 위반 방조 등)로 해운업체 Y대리점 대표 신모(65)씨와 상무 김모(60)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신씨 등은 H해운 소속 선박의 입출항 업무와 선장에 대한 강제도선 면제 신청 업무를 대리하면서 관련 공문서를 변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강제도선 면제 대상이 아닌 H해운 소속의 파나마 국적 선박에 대해 외항선박명세서를 변조, 여수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강제도선 면제증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H해운 선장(14명)들은 위조된 서류로 6년간 도선사 없이 강제도선구역인 여수항을 총 446회 드나들었다. H해운은 도선료 약 3억5,000만원을 챙기고, 대리점은 계약유지의 간접이득을 봤다.
연간 6만여척의 유조선 등 대형선박이 입·출항하는 여수항과 광양항은 대형사고 발생 위험이 커 도선법상 배 정박과 출항을 도와주는 도선사가 반드시 배에 타게 돼 있는 강제도선구역으로 지정된 해역이다.
예외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것을 조건으로 임차한 선박은 선장 경력, 배 종류, 크기 등에 따라 강제도선 면제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번에 적발된 일당은 면제 신청제도를 악용해 불법 이득을 취해왔다.
특히 도선사 없이 선박을 운항하다 충돌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동안 112차례에 걸쳐 도선사 없이 운항한 선장 전모(57)씨는 2013년 12월 여수시 낙포항 해상에서 일반화물선 J호(8,299톤)를 몰다가 싱가포르 국적 케미컬운반선과 충돌, 12억원 상당의 피해를 냈다.
여수해경은 장기간 위험한 항해를 해온 선사와 관련 기관 공무원의 묵인, 방조 여부 등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하태민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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