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를 없애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카페인을 많이 마시면 안압(眼壓)을 높여 녹내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평소 진한 커피를 마시거나 카페인이 많이 든 에너지 음료를 즐기는 사람들은 주의해야 한다.
이창규 부산메리놀병원 안과 박사팀은 눈 건강에 이상이 없는 20~30대 40명을 대상으로 2013년 8월부터 석 달간 에너지 음료와 안압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카페인이 없는 비타민 음료를 마신 그룹은 음료를 마시기 전보다 안압이 0.15㎜Hg 떨어진 반면, 카페인을 350㎎ 함유한 에너지 음료를 마신 그룹은 마시기 전보다 안압이 1.65㎜Hg 높아졌다.
이 박사는 “두 그룹 간에 안압이 1.8㎜Hg 정도 차이가 났다”며 "안압이 1㎜Hg 낮아지면 녹내장 진행 속도가 10% 감소할 만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에서 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마신 사람의 안압은 음료 섭취 후 12시간까지 높게 유지됐다. 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섭취하기 전의 안압(단위 ㎜Hg)은 13.2였지만 음료 섭취 30분 후엔 14.5, 90분 후엔 14.9, 2시간 후엔 14.2, 12시간 후엔 14.3을 보이다가 24시간 뒤 13.4로 떨어졌다.
카페인 에너지 음료 섭취 후 2시간 동안은 카페인이 없는 비타민 음료를 섭취한 대상자보다 안압이 크게 높았고, 높아진 안압은 24시간까지 유지됐다. 에너지 음료를 마신 뒤 안압이 섭취 전 수준으로 되돌아오기까지 24시간 이상 걸린 셈이다.
카페인이 안압을 높이는 것은 카페인이 눈에 들어있는 방수(房水ㆍ눈 속 모양체에서 생성되는 물 비슷한 성분으로 주 기능은 안압 유지)의 생산을 늘리면서 방수가 빠져나가는 길을 막기 때문이다. 또 안압이 상승하면 녹내장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시(視)신경이 높은 안압에 눌리거나 혈액공급이 잘 되지 않은 탓이다.
따라서 녹내장 환자나 녹내장 의심 환자는 물론,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나 건강한 사람도 에너지 음료를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눈 건강에 좋다. 시판 중인 에너지 음료의 카페인 함유량은 한 캔 당 30~207㎎ 정도다. 커피믹스(69㎎, 1봉 기준)ㆍ캔 커피(74㎎)ㆍ커피전문점 커피(160~300㎎)에 비해 양이 결코 적지 않은 셈이다.
미국에선 이미 카페인과 녹내장 발생률의 관계를 밝힌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미국 보스턴 브리검앤여성병원 연구팀은 12만여 명(40세 이상)을 조사한 뒤 매일 3컵 이상 커피를 마시면 녹내장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안과 최고 권위지 ‘안과시과학연구’(IOVS)에 발표한 바 있다. 스웨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반도 사람들이 녹내장 발병률이 높은 것도 이들이 세계에서 카페인 함량이 가장 높은 ‘진한’ 커피를 마시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박사는 “최근 카페인을 많이 함유한 에너지 음료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20~30대 젊은이는 에너지 음료를 섭취할 때 주의해야 하고, 특히 녹내장이 우려된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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