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또 다른 눈이다. 인간의 눈이 미처 인식하지 못한 피사체를 사진은 명쾌하고 또렷하게 포착해 보여준다. 사물을 봄과 동시에 망막에 맺힌 잔상이 금새 흐릿해지는데 비해 사진 속에서 정지된 영상은 영원한 기록으로 남아 역사를 증언한다. 단 1초도 바라보기 힘든 눈부신 태양빛을 찬란한 무늬로 담아낼 수 있는 것은 사진이 지닌 흔한 매력 중 하나다. 늦은 오후 바람에 흩어지는 햇살이 눈부신 나는 휴대폰을 꺼내 셔터를 눌렀다. 사진의 역할은 여기까지, 강렬한 빛과 그 짧은 찰나를 공유한 어둠에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사진을 바라보는 각자의 몫이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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