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 Culture and English (문화와 영어)
‘사과’는 ‘I apology for my mistake’처럼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I am sorry’는 이보다 약하지만, 자신의 책임을 간접적으로 인정한다. 반면 ‘We express regret that this has happened’는 ‘유감을 표명한다’는 얘기일 뿐 사과 발언이 아니다.
최근 전방에서 우리 병사가 지뢰 사고로 크게 다친 것에 대해 북측은 ‘유감’ 표명을 했는데, 언론보도를 통해 사과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선 이를 두고 ‘유감 표명은 외교상 사과 발언’이라는 억지 해석을 내놓아 웃음거리가 됐다. 세계 어떤 외교에서 ‘유감’과 ‘사과’를 혼동하며, ‘유감’이라고 말하면 ‘사과’로 받아들이는 바보가 어디에 있는지 되묻고 싶다.
이번 사태는 남측이 체면상 사과를 받아내야 했기에 북측은 내키지 않지만 억지로 유감 표명을 한 것이다. 이를 지칭하는 말이 바로 non-apology apology다. Non-apology apology의 특징은 ‘We are sorry this has happened to you’이다. 이 문장에는 행위자나 행위 자체에 대한 언급이 없고 그런 행위가 자신들의 책임이라는 얘기도 없다. 이는 우리말의 ‘~하다니 유감입니다’와 매우 흡사하다. 비슷한 문장으로 ‘We’re sorry that you feel that way’ ‘We are sorry that has had to happen to you’가 있다. 이런 문장에는 ‘We are sorry for our mistake’같은 직접적인 책임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일상 언어에서 ‘It is my fault’나 ‘I made the mistake’같은 말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책임 회피 집단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Mistakes were made’ 식의 표명에는 수동태를 도입하여 주어나 행위자를 숨기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이를 ‘비사과성 발언’ ‘Classic Washington linguistic construct’(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사용하는 언어 형태)라고 부르거나 ‘과거형을 사용하여 책임을 회피한다’(past exonerative tense)고 한다. 따라서 ‘~하다니 유감입니다’라는 말이나 ‘실수가 있었습니다’ 같은 말은 사과가 아님을 당당히 밝히고 대처했어야 했다.
Washington Post도 ‘Pyongyang promised only to express regret for the injured soldiers and did not take responsibility for causing the injuries’라고 전했다. 즉 유감 표명일 뿐 ‘사과’는 없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상대는 사과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무엇이 부족해 ‘유감이 곧 사과’라고 억지 해석까지 하는지 안타깝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