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의 폭락과 경기 침체에도 올해 중국에선 10억달러(약 1조1,600억원) 이상의 신흥부호가 지난해보다 무려 100명 더 탄생할 것이다. 연말이면 중국 전체 10억달러 이상의 부호는 450명에 달해 전 세계 부호(2,089명)의 21.5%를 차지할 것이다.”
중국의‘슈퍼 리치 보고서’로 유명한‘후룬(胡潤) 리포트’발행인 루퍼트 후거워프 회장은 “최근 중국 경제가 큰 변동성을 겪고 있지만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중국 기업인들의 재산증식 성장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후거워프 회장은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포럼 참석 후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가 둔화될수록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화 경향은 더 강화될 것”이라며 “2015년은 중국 기업들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글로벌화하는 대표적인‘조우추취(走出去: 해외진출)의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중국 부호들이 부를 축적하는 기반이 부동산과 제조업에서 정보기술(IT)분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자산규모가 270억 달러로 전체 중국 부호 2위이고, 중국 IT 대표기업인 텐센트(텅쉰)의 마화펑(44) 회장은 6위로 부호 명단에 오른 최연소 기업인이지만, 최근 왕성한 기업 인수 합병(M&A)을 통해 50개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 규모 208억 달러의 거부”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최고 부호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중국에선 10위권 정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거워프 회장은 최근 경기 침체 여파로 중국 부호들도 소비가 줄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부호들도 최근 지출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며“최근 중국 부유층의 소비와 관련된 고급 제품의 가격 동향을 반영한 중국 부호소비가격지수가 전년 동기보다 1.8%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지수가 하락한 것은 9년 만에 처음”이라면서도“이는 단지 경제적 영향도 있지만 그간 이뤄져 온 중국 정부의 반부패 드라이브의 영향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후거워프 회장은 중국 자본시장의 변화상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하강국면을 맞고 있지만 자본시장은 국내외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오히려 더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례로“텅쉰은 중국판 카카오톡인‘위쳇(웨이신)’ 업체로만 알려졌지만, 사실은 세계 최대의 벤처캐피탈사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영국보다 훨씬 많은 자본주의자가 있고 중국 정부는 이번 증시 폭락을 계기로 자본시장이 가진 구조적인 문제들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거워프 회장은 중국시장을 공략하려는 한국 기업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먼저 고려할 점은 중국은 못하지만 한국은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예를 들면 K팝이나 패션, 창의적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뷰티 등과 같은 분야가 유망업종”이라고 꼽았다. 그는 특히 “중국기업이 지금까지 한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례는 많았지만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한국기업들은 세계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국기업과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맺어 함께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협업의 기회를 노려볼 만 하다”고 제안했다. 중국과 한국 부호들의 특징을 비교한 분석도 내놓았다. 그는 “중국 10대 부호들은 대부분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 없이 자수성가해 기업을 성장시킨 반면 한국의 10대 부호들은 김정주 넥슨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을 제외하고 유산상속을 근거로 기업 성장을 일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만 해도 좋은 부모를 만나 훌륭한 사교육을 바탕으로 부자가 되지만 중국은 완전한 자수성가형 부호가 많아 최근 11년간 부호 상위 12명의 명단 교체가 이뤄질 만큼 부에 있어‘차이나 드림’은 매우 역동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 부호들의 평균 연령은 54세 정도로 2세 승계문제는 2030년 정도 가야 등장할 것”이라며 “마윈 회장은 24억 달러의 사재를 털어 자선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는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에 가까운 규모”라고 말했다.
장학만 선임기자 trend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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