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한미일 최초 한 시즌 3회 사이클링 히트가 걸린 6회 네 번째 타석. NC 에릭 테임즈(29)는 3일 창원 두산전에서 상대 투수 이원재의 높은 포크볼을 잡아 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2점 아치를 그렸다. 시즌 전 목표였던 40홈런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테임즈는 무덤덤한 얼굴로 그라운드를 돌았다. 기대했던 3루타가 아닌 홈런이 나와서일까. 이유는 따로 있었다. 테임즈는 "사이클링 히트를 놓쳐서 그런 건 아니다"면서 "방망이 끝에 맞아서 그랬다"고 밝혔다.
반대로 생각하면 테임즈가 '괴력의 사나이'라는 걸 입증하는 한 방이었다. 방망이 중심 스윗 스팟(Sweet Spotㆍ최적점)이 아닌 배트 끝에 걸려도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힘으로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는 115m. 두산 김현수를 보기 위해 창원 마산구장을 찾은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텍사스 스카우트가 졸지에 테임즈의 쇼케이스를 보게 된 셈이다.
▲ 배트 끝에 걸려도 40호 홈런을 만든 에릭 테임즈. MBC SPORTS+ 중계화면 캡처.
테임즈는 이날 멀티 홈런과 시즌 33호 도루를 성공했다. 이제 도루 7개만 추가하면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40(홈런)-40(도루)에 가입한다. NC는 3일 현재 25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40-40을 달성하면 테임즈는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경쟁에서도 홈런왕 박병호(넥센)를 넘어설 수 있다.
테임즈는 "40-40이 다가오고 있는데 하루하루 열심히 달리겠다"며 "일단 40홈런 목표를 달성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MVP를 향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박병호(홈런 47개)를 이기려면 홈런 60개는 쳐야 하지 않겠나"라며 유쾌하게 덧붙였다.
테임즈는 8월 중반 고비를 넘기고 다시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8월19일 대전 한화전에서 한 타석 만에 교체됐고, 21일 대구 삼성전에는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기도 했다. 당시 김경문 NC 감독은 테임즈의 팀 분위기를 떨어트리는 행동에 "어리광을 다 받아줄 수 없다"고 강하게 다그쳤다.
그러나 테임즈는 역시 테임즈였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417 3홈런 9타점 4도루로 활약했다. 테임즈는 "터널을 지나온 상황이었다"며 "터널을 지나면 빛이 있는데 이를 뚫고 나오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안 좋았던 허리 상태에 대해서는 "시즌은 길고 다들 피곤할 때다. 더구나 인조 잔디에서 뛰어 몸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아픈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누구나 부상을 안고 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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