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세단 LF쏘나타·신형 K5 지난달 판매량 7월보다 줄어
파워트레인 쪼개기 승부수 무색… SUV 싼타페·쏘렌토는 잘 나가
국내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ㆍ기아자동차가 요즘 고민에 빠졌다. 간판 중형세단 ‘LF쏘나타’와 ‘신형 K5’ 판매량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형 세단의 부활을 위해 야심 차게 시도한 ‘7개의 심장(파워트레인)’ 승부수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열풍을 꺾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다.
3일 현대ㆍ기아차에 따르면 지난달 쏘나타는 7월(8,380대)보다 1.9% 줄어든 8,218대 팔렸다. 지난해 8월(7,307대)과 비교하면 12.5% 증가했지만 당시 1.7 디젤과 1.6 터보 모델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는 아니다.
특히 현대차가 ‘7개의 심장’으로 표현하는 새로운 쏘나타들은 사실상 신차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현대차는 올해 7월 초 2.4 GDI를 없애는 대신 엔진 배기량을 줄이고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를 장착한 1.7 디젤과 1.6 터보, 국산차 최초의 플러그 인(충전식) 하이브리드차 ‘쏘나타 PHEV’를 출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에 따라 외형 디자인에 변화를 주는 등 쏘나타 선택의 폭을 7가지로 늘렸다. 오히려 7개의 심장이 나오기 전인 6월(9,604대)보다 7, 8월 판매량이 줄었다.
그렇다고 쏘나타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 신형 K5가 날개 돋친 듯 팔린 것도 아니다. 지난 7월 중순 국내 최초 두 가지 전면 디자인으로 돌아온 K5는 지난달에 쏘나타보다도 적은 4,934대 판매에 그쳤다. 구형과 신형을 합친 K5 전체 판매량도 7월보다 943대 줄었다. 이전 모델이 출시 초기에 월 판매량 1만대를 돌파하며 쏘나타의 아성을 위협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파워트레인별로는 쏘나타와 K5 모두 주행성능을 높인 터보 모델들이 부진했다. 지난달 판매된 쏘나타 1.6 터보와 2.0 터보의 판매 비중은 둘을 합쳐 고작 6%에 불과했다. 아직 하이브리드와 PHEV 모델이 출시되지 않아 심장이 5개인 K5도 1.6 터보와 2.0 터보의 판매 비중이 쏘나타와 똑같이 6%였다. 결과적으로 “터보와 1.7 디젤을 합치면 전체 판매량의 30%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던 현대ㆍ기아차의 예상치에 터보 모델이 한참 미치지 못했다.
현대ㆍ기아차는 SUV의 강세 때문에 쏘나타와 K5가 기대 이하 실적을 거두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싼타페는 지난해 8월에 비해 무려 62.4% 늘어난 7,957대가 팔렸다. 쏘렌토 역시 지난달 K5보다 많은 6,311대가 판매돼 경차 모닝(6,954대)에 이어 기아차 전체 차종 중 2위를 차지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쏘나타가 파워트레인을 다양화하는 등 중형 세단으로서 품질이 한층 향상됐지만 SUV의 인기가 워낙 강해서 예전처럼 신차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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