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워싱턴 스토플(Mary Washington Stofleㆍ1921~2014ㆍ사진)은 이름없는 이야기꾼이었다. 직업 만담가나 동화 구연가가 아니라, 어디서나 아무에게나 무슨 이야기는 안 하곤 못 배기는 천생 이야기꾼. 미국 위스콘신 등 여러 주를 떠돌며 30년 넘게 유치원 교사로 일했고, 은퇴 후에는 거리의 이야기꾼이 됐다.
그는 외모부터 특이했다. 현란한 문양의 치렁치렁한 치마에 온갖 색깔의 스카프를 겹겹이 둘렀고, 샛노란 레깅스를 즐겨 입었다. 손에는 늘 마법사나 주술사에게나 어울릴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가방에는 온갖 이야기 소품들, 예컨대 새의 깃털 같은 것들을 잔뜩 넣고 다녔는데, 그걸 그는 ‘새의 선물’이라 했다. “이건 모두 새가 준 선물이야. 그리고 모든 사랑스러운 말들은 마음의 선물이지. 우리는 모두 너무 심하게 다쳐있기 때문에 그 마음의 선물들을 누릴 필요가 있어.” 그의 유치원 제자였던 미국 동화작가겸 에세이스트 캐럴린 노스(Carolyn North)가 전한, 그의 말이다.
유치원 교사 시절 그는 아이들과 비를 맞으며 산책을 즐겼고, 돌아와선 함께 뒹굴며 낮잠을 자곤 했다. 유치원 규정을 하도 어겨 여러 차례 쫓겨날 지경에 처했지만 번번이 그를 지켜준 건 학부모들이었다. 부모들의 배후에는 물론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그의 이야기, 예컨대 군인인 아버지가 명령을 받고 부대로 복귀하는 게 싫어 새벽 5시까지 군화 속에 들어가 잠을 잤다는 ‘체험담’에 열광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옛 제자에게 그는 “요즘 나는 ‘다 큰 아이들(어른)’을 가르치지. 그래서 살아있는 거야. 내 가방에는 여전히 깃털도, 꽃도 많아. 시도 잔뜩 써놓았지”라며 냅킨 한 장을 건넸다. “Good morning, Good morning, Good morning. This is a good morning, this morning. And if tomorrow is a good morning, Tomorrow will be a good.” 둘은 마주보며 웃었다고 한다.
길에서든, 열차 안에서든 아무에게나 다가가 인사한 뒤 대뜸,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곤 하던 그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으로 여겨져 외면당하는 일도 잦았다. 유명해진 뒤에는 여기저기(외국에서까지) 초대받아 다니기도 했다.
그는 선한 히피의 전도사거나, 다른 차원에서 온 정령신앙의 영매였을지 모른다. 그는 자신을 ‘오루나마무 ORUNAMAMU’라 소개하곤 했다. 나이지리아 요루반 언어로 ‘성스러운 아침 별’이란 뜻이다. 그 별이 1년 전 오늘(9월 4일) 졌다. 그런 이름없는 별들이 한 때는 참 많았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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