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복구 부채잔액 20억 연내 상환…郡 "국·도비 확보노력 탓" 자화자찬
일각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 재정안정 범위 내 적극적 투자 필요
경북 봉화군이 내년이면 부채가 한 푼도 없는 재정건전성 모범 지자체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채가 한 푼도 없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무사안일 복지부동의 전형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 논란이다.
봉화군 재정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봉화군 총예산은 4,053억원이다. 1인당 평균 세출액은 849만원. 다른 군단위 평균 588만원보다 훨씬 많다. 채무 잔액은 지난해 말 현재 20억원으로, 경북지역 군단위 평균 95억원보다 75억원이나 적다. 1인당 평균 채무액도 5만9,000원으로 다른 군(22만8,000원)의 4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올 연말까지 남은 부채 20억원을 모두 상환하면 내년엔 부채 제로의 클린 재정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봉화군 부채는 2008년 발생한 춘양면 수해복구를 위해 50억원을 빌린 것이다.
봉화군 관계자는 “교부세 및 국도비 등 의존재원 확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로 재정건전성이 우수한 자치단체로 평가 받게 될 것이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경제계는 물론 다른 지자체에서도 부채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전혀 없는 것도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예산의 효율적 운영 측면에서 채무 0원이 결코 자랑거리가 아니다”며 “이는 역으로 기존에 하던 것만 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나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봉화군의 총예산 대비 자체 수입은 6.62%로, 도내 평균 11%보다 크게 낮다. 자체적으로는 사회간접자본 확충이나 대규모프로젝트는 엄두를 낼 수 없다는 의미다.
재정자립도 5.82%인 인근 예천군의 경우 2014년 총예산은 4,180억원으로 채무액이 231억원에 달한다. 군 관계자는 “농공단지 개발에 쓴 110억원을 비롯해 상하수도확장 등에 지방채를 발행했으며 농공단지 개발 부채는 입주가 완료되면 갚게 된다”고 밝혔다.
총예산 6,953억원인 영주시의 채무잔액은 398억원으로 대부분 시급한 도로확포장 및 우회도로개설, 한문화테마파크조성사업, 읍면청사신축 등 대부분 SOC사업에 투입됐다.
영주시ㆍ예천군 예산관계자는 “다른 시군 평균에 비해 채무규모가 적고, 효율적이고 건전하게 재정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안에 따라서 빚을 내서라도 당장 투자하는 것이 주민들의 편익은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경우가 많고, 부채 제로에 집착해 필요한 사업을 아예 하지 않는 것도 직무유기”라면서도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된 인천처럼 감당하기 힘든 빚을 내 일을 벌이면 새로운 사업을 전혀 할 수 없다”며 지나친 부채증가를 경계했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경북지역 지자체 대부분은 부채 비율이 연간 예산의 10% 이내로 재정상태가 건전하다.
이상식(58) 봉화군의회 예결위원장은 “그 동안 부채감축 노력은 인정하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이다”며 “무리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보다 적극적인 재정운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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