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만 아이 크라이(I cry), 영원히 행복하길 굿바이(Good bye), 가끔은 내 생각에 웃어도 좋아, 아임 파인 땡큐(I`m fine thank you)~”.
가수 김범수와 아이비가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그룹 레이디스 코드 멤버 리세와 은비를 위해 노래를 불렀다. 3일 공개된 리세와 은비를 위한 추모곡 ‘아임 파인 땡큐’였다. 이날은 은비가 지난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은비, 리세와 그룹 활동을 함께 했던 소정은 “너무 보고 싶어 힘들어질 때면 바람 되어 불어주고”라는 노랫말을 하늘에 띄워 친구들의 넋을 기렸다. 피아노 연주로 시작된 곡에서 아이비가 “난 바보처럼 그대만 부른다”고 노래한 따뜻한 목소리는 리세와 은비를 포근하게 감싸는 듯하다. 김범수, 아이비, 럼블피쉬, 선우, 한희준 등의 합창은 떠나간 두 청춘과 남은 이들에 대한 위로였다. 음악을 하다 떠난 이를 음악으로 기억하려 하는 건 사려 깊은 추모의 방법 중 하나다. 요절한 음악인에게 바친 동료 음악인의 인상 깊은 추모곡을 정리했다.
▦“당신은 한국의 밥 딜런”-김광석 추모한 독일 힙합그룹
추모에 국경은 없다. ‘가객’ 김광석(1964~1996)을 기억하는 이는 독일에도 있었다. 힙합 그룹 디 오르존스(Die Orsons)는 2009년에 낸 2집에 ‘김광석’(Kim Kwang Seok)이란 곡을 실어 고인을 추모했다. 이들은 김광석을 “한국의 밥 딜런, 커트 코베인”이라 불렀다. “그는 말하듯이 노래했다”며 김광석이 생을 마감한 순간까지 가사에 녹였다. “우리처럼 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노래를 불렀다”는 설명도 보탰다. 독일의 래퍼들이 “당신(김광석)의 목소리는 눈물처럼 울린다”고 한 추모엔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은 김광석 음악의 힘이 돋을새김된다.
▦“니가 술 한 잔 사주라 할 것 같아”-유재하를 추억하는 속삭임
여러 사람의 추억이 쌓이면 과거가 생생한 현재가 되기도 한다. 조용필부터 한영애까지 유재하(1962~1987)를 기억하는 음악인들이 낸 추모앨범 ‘유재하를 추모하는 앨범 1987-다시 돌아올 그대를 위해’ 속 ‘재하를 그리워하며’를 듣고 있으면 고인의 흑백 사진을 보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재하야 문세형이야, 니가 나한테 와서 문세형 포장마차에 와서 술 한잔 사주라 할 것 같다”는 이문세의 속삭임은 아리면서 훈훈하다. “목이 가늘면 길잖아요, 그런데 걔는 목이 유난히 굵은데 길다”란 한영애의 말엔 웃음이 나기도 한다. 작곡가 조동익은 “재하가 오랫동안 좀 먼 곳으로 잠시 떠나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래서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뭔가 남아있는 사람들이 언짢아할까 봐 예쁜 노래들을 몇 곡 남겨놓고 떠났다는 생각이 든다”고 나지막하게 고인을 떠올렸다.
▦ “렛 미 인”-커트 코베인을 향한 R.E.M의 절규
“내가 널 말려야 했어, 날 네 안으로 들여보내줘”. 얼터너티브 록의 지성이라 불리는 그룹 R.E.M의 리더인 마이클 스타이프는 그룹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1967~1994)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 같은 해 ‘몬스터’란 앨범에 ‘렛 미 인’이란 곡을 넣어 고인을 추모했다.
두 사람 사이는 각별했다. 코베인은 가장 존경하는 밴드로 R.E.M을 꼽으며 스타이프와 교류를 맺어왔다. 코베인은 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겨누기 직전에 스타이프와 전화통화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이프는 통화 내용에 대해 “어떤 말도 할 수 없다”고 입을 닫았지만, 당시 두 사람은 몇 시간이나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신이 삶을 다 살아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도 견뎌야 한다”(‘Everybody hurts’)고 노래했던 스타이프의 충격도 컸다. 그래서일까. ‘렛 미 인’ 속 “헤이”란 후렴구는 고인을 부르는 절규처럼 들린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