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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3대ㆍ경비정 11척이 뒤졌지만… 사라진 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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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3대ㆍ경비정 11척이 뒤졌지만… 사라진 어선

입력
2015.09.0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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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남 신안군 해상서 사고 신고

1만8000톤급 화물선에 충돌 흔적

해경ㆍ해군 나서 35시간 탐색했지만

관내 어선들 모두 멀쩡해 수색 종료

"고래에 부딪혔을 가능성도" 추측

지난 2011년 신안 바다에 봄안개가 깔려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지난 2011년 신안 바다에 봄안개가 깔려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어선과 충돌한 것 같은데 피해 어선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2일 오전 1시 20분쯤 전남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 남쪽 6.3㎞ 해상.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부산으로 운항 중이던 라이베리아 국적 1만8,334톤급 컨테이너선 H호의 러시아인 2등 항해사 A씨는 서해지방해양안전본부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 이렇게 신고했다. 분명히 작은 고기잡이 배와 부딪혔는데 피해 어선이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미스터리한 어선 실종 사건의 시작이었다. 사고 당일 새벽 조종간을 잡은 A씨는 뱃머리 오른쪽 앞에 갑자기 불빛을 밝힌 어선이 나타나자 수 차례 경적을 울려댔다. 그러나 작은 고깃배는 이상하게 꿈적도 하지 않았다. 충돌을 피하려고 급하게 선수를 왼쪽으로 돌린 뒤 엔진을 끄고 배를 세운 A씨는 선박 상태를 확인하던 중 우측 선미 부분이 긁히고 충돌흔적을 발견했다. 사고가 났음을 직감한 A씨는 사고 어선을 찾아 나섰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헬기 2대와 경비함정 11척을 급파한 뒤 해군에도 헬기 1대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사고 발생 2시간 만에 현장에 처음 도착한 해군 헬기 등은 조명탄 수십 발을 쏘아 올리며 사고 해역을 샅샅이 뒤졌지만 사고 선박은 오리무중이었다. 사고 해역 주변엔 선박 충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어선 내 스티로폼 같은 부유물이나 기름띠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H호의 오른쪽 선미 부분에 폭 10㎝ 길이 4m 가량 크기의 충돌흔과 충돌흔에 뻘이 다량 묻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해경은 이 때문에 어선이 충돌로 인해 침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인근 해역에서 조업 중인 채낚기, 안강망 어선 등을 상대로 사고 목격 여부를 탐문했지만 목격자는 나오지 않았다. 급기야 사고 이틀째인 3일엔 전국 해양경비안전서에 해당 관내에 등록된 어선들을 대상으로 충돌사고 선박 발생 여부를 확인했지만 이마저도 없었다. 결국 어선 충돌 사고의 물증을 찾지 못한 해경은 선박 충돌 의심 신고를 접수한 지 35시간 만에 수색을 종료했다.

그렇다면 과연 선박 충돌 사고는 있었던 것일까. 지금으로선 사고 발생을 증명할 ‘증거’는 하나도 없다. 당시 컨테이너 선박의 당직항해사였던 A씨의 진술과 추정만 있을 뿐이다.

A씨는 “어선과 충돌 후 피해 어선이 컨테이너선 선미 방향으로 자력으로 이동했다”는 진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해경은 당시 피해 어선의 선장이 졸음 운항을 하다가 H호를 스치고 지나갔거나, A씨가 오인 신고했을 수 있다는 그럴 듯한 시나리오만 내놓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고래에 부딪혔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신빙성이 높지는 않은 것 같다”며 “A씨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피해 어선이 어선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자체 조업지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안=박경우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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