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갬코 시민위’ 직무유기로 고발 예고
윤장현 광주시장이 민선 5기의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로 꼽히는 3D(입체영상)변환 한미합작법인 ‘갬코’의 부실 투자 의혹 사건 사후 처리 방안 등에 대한 문제를 시민들 손에 맡겼다가 스타일만 심하게 구겼다.
윤 시장이 최근 강운태 전 시장 등 사건 관련자 4명을 형사 고발해 달라는 ‘갬코 진실 규명과 처리를 위한 시민위원회(시민위)’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되레 자신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시민위의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인 격이다.
시민위는 3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시장이 시민위원회에 갬코사건에 대한 진실규명과 그 처리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업무를 위임한 만큼 시민위가 검찰에 고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강 전 시장 등 4명에 대해 고발을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갬코의 부실 투자 의혹 사건은 광주시가 2011년 1~7월 미국 측 파트너인 K2AM의 3D변환 실적(매출)과 원천기술이 없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K2AM 측에 사업준비자금 명목 등으로 720만 달러를 송금해 손실을 끼친 것을 말한다.
시민위가 강 전 시장 등에 대한 고발을 요청한 것은 검찰 수사 결과 및 감사원 감사 결과 등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관련자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하는 등 9개월간의 위원회 활동 끝에 갬코 사건을 광주시의 묵인 또는 방조 아래에 이뤄진 국제사기 사건으로 결론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지난 2월 이 사업을 주도한 광주문화콘텐츠투자법인 대표 김모(57)씨에 대한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갬코 사업의 실질적 주체는 광주시이고, 결정권자는 강 전 시장이었지만 김씨가 형사책임을 면할 정도는 아니다. 김씨에게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으나 강 전 시장이 기소되지 않아 그의 범죄 성립여부는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 전 시장도 혈세 낭비에 책임이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시민위는 이 같은 1심 판결문과 갬코 사건 관련 자료 분석 등을 토대로 지난달 24일 강 전 시장 등 4명을 검찰에 고발해 줄 것을 윤 시장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윤 시장은 “시민위원회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애초 약속을 어기고 강 전 시장 등에 대한 검찰 고발을 거부했다. 윤 시장은 지난 3월 시민위원들과 면담에서 “관련 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의지가 있다”고 공언했으나, 정작 시민위가 검찰 고발을 요구하자 “광주시 명의로 고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말을 바꿨다.
이를 두고 윤 시장이 실패한 정책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려는 의지 자체가 애초부터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일각에선 윤 시장이 불리하거나 민감한 이슈에 대해 여론의 관심이 멀어지기를 기다리며 어물쩍 넘어가려는 게 체질화해 있다는 비난까지 나온다.
이에 시민위는 윤 시장이 강 전 시장 등을 고발하지 않을 경우 윤 시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시민위는 이미 윤 시장에게 사건 관련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진정서 등을 동봉한 내용증명우편을 윤 시장에게 발송한 상태다.
시민위 관계자는 “현행 형사소송법엔 공무원이 그 직무를 행하면서 범죄가 있다고 사료되는 때에는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 만큼 윤 시장이 갬코 관련자를 고발하는 것은 당연한 행정 업무이며 역할”이라며 “만약 윤 시장이 고발을 외면할 경우 윤 시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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