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U-17 나이지리아전서 개인기·슛 등 에이스 입증했지만
집중 견제 속 패스 미스 많아… 최진철 감독 "타이밍 아직 못 찾아"
미완성 축구천재 이승우(17ㆍ바르셀로나B))였기에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이승우는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수원 컨티넨탈컵 국제 청소년 국가대표 축구대회(수원컵) 나이지리아전에서 U-17(17세 이하) 대표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 물론 ‘에이스’라는 사실만큼은 입증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기에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고 볼 수 없다.
이날 이승우는 나이지리아 수비수들의 집중수비를 뚫고 슛을 시도했다. 그는 전반 18분 상대의 거친 수비에도 드리블을 이어가며 오른발로 감각적인 슈팅을 날렸다.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후반 11분에는 고난도의 바이시클킥(공중에서 서로 엇갈린 발 모양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도 선보였다. 이승우는 왼쪽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공격의 돌파구를 찾으려 애썼다. 측면 공격수들과 스위칭하는 모습이나 동갑내기 장결희(바르셀로나B)와 함께 역습을 주도하는 움직임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이승우는 경기에서 번번이 패스미스를 범했다. 공을 받은 그는 우선 개인기를 통해 돌파하다가 상대의 집중견제가 들어오면 패스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료 선수들에게 패스를 건넬 타이밍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나이지리아와 1-1 무승부를 기록한 이날 경기 후 최진철 대표팀 감독은 이승우의 이러한 점을 꼬집었다. 그는 “이승우는 장점이 많은 선수”라면서도 “다른 선수들과 조화를 이뤄달라고 주문했으나 아직 드리블을 할지 패스를 할지 결정하는 타이밍을 찾지 못하더라. 남은 시간 그런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우도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했다. 그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오랜만에 90분 풀타임을 뛰었다. 선수들과 호흡이 잘 맞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힘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닌 만큼 감독님이 추구하는 플레이를 하는 게 당연하다”며 “동료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이지리아전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10점 만점에 6점 정도”라고 자평한 그는 “크로아티아전(4일), 브라질전(6일)과 10월 칠레 월드컵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17세를 전후한 나이에는 급격한 신체 성장이 이뤄지기 때문에 선수들이 조직력보다는 운동능력이나 개인기로 경기를 풀어나가려는 경향이 많다. 경험이나 시야, 정신력도 성인 선수들에 비해 부족한 탓이다.
이승우의 경우 비슷한 나이의 선수들보다는 월등한 개인 기량을 갖추고 있다. 자신감과 승부욕으로 미뤄봤을 때 정신력도 강인하다.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숲을 보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이승우는 더 무서운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에이스’이면서도 때로는 ‘리더’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인물 한비자는 “삼류 리더는 자기의 능력을 사용하고, 이류 리더는 남의 힘을 사용하며, 일류 리더는 남의 지혜를 사용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동료들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일류 리더’ 이승우의 모습을 기대한다.
수원=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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