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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중심에 청정 산하… 세계 유기농 메카 '푸른 꿈'

입력
2015.09.0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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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ㆍ산림 등 7개 부문 32개 항목서 생태조사 결과 '가장 안전' 입증

흙살림 등 유기농 단체들 둥지

한살림ㆍ아이쿱… 생협들도 활성화

풀무원은 농장과 연수원 운영

관광객들이 충북 괴산의 한 농장에서 유기농법으로 키운 쌈채소를 따고 있다. 괴산에는 유기농산물을 직접 수확하고 유기농법까지 배우는 체험장을 갖춘 농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한덕동기자.
관광객들이 충북 괴산의 한 농장에서 유기농법으로 키운 쌈채소를 따고 있다. 괴산에는 유기농산물을 직접 수확하고 유기농법까지 배우는 체험장을 갖춘 농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한덕동기자.

바야흐로 유기농 시대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유기농은 이미 소비자의 일상생활로 스며들었고, 산업분야에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단순한 농식품을 넘어 미용, 의약, 의류, 건축 등 온갖 분야로 영역을 뻗치고 있다. 세계 유기농 시장 규모는 2006년 42조원에서 2010년엔 67조원, 2014년엔 93조원 등으로 매년 20%이상 가파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이런 흐름을 틈타 “세계 유기농의 메카가 되겠다”고 나선 당돌한 지자체가 있다. 국토의 중심에 자리한 충북 괴산군이 그 주인공이다.

괴산군이 유기농을 들고나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유기농을 하기에 최적의 자연환경을 갖췄다는 것이다. 괴산은 한강 금강 낙동강 등 우리나라 3대 하천의 발원지다.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을 접한 지형은 속리산 월악산 조령산 칠보산 등 수려한 산들을 품고 있다. 높은 산은 깊은 골을 빚었다. 화양구곡을 비롯해 갈은ㆍ쌍곡ㆍ선유ㆍ고산ㆍ연하ㆍ풍계 등 절경의 구곡(九曲)이 7곳이나 된다. 괴산호는 사시사철 1급수를 자랑한다.

괴산은 국토 한 가운데 자리잡아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지역으로 꼽힌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결과 농업 산림 생태계 물관리 등 7개 부문 32개 항목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입증됐다.

괴산은 동식물의 천국으로도 불린다. 괴산읍을 관통하는 동진천에는 철마다 백로, 청둥오리, 왜가리 등 철새들이 날아든다. 괴산에서 제비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시골 마을은 물론 괴산읍내 상가에서도 쉽게 눈에 띈다. 지난해 여름에는 칠성면사무소 처마에도 제비가 둥지를 틀었다. 감물면 일대 논에는 ‘살아있는 화석생물’로 알려진 긴꼬리투구새우가 집단 서식하고 있다. 농약사용으로 수십 년 전 자취를 감췄던 투구새우가 서식환경이 좋아지면서 다시 출현한 것이다.

청정하고 안전한 생태환경 덕에 괴산에는 일찍부터 유기농 단체들이 둥지를 틀었다.

국내 유기농업의 선구자인 흙살림이 1980년대 중반 불정면에 자리를 잡고 우리 토양과 기후에 맞는 유기농법을 연구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흙살림은 토착미생물 연구, 생태순환농장 실험 등 유기농업을 과학화ㆍ체계화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국자연농업협회는 1997년 청안면에 자연농업연구소와 자연농업학교를 세워 활동중이다.

생활협동조합들도 괴산을 주목하고 있다. 회원이 가장 많은 한살림은 주요 농축산물 공급량의 70%를 괴산지역 농장에서 공급받고 있다. 국내 생협 중 매출액 1위인 아이쿱생협은 괴산에 2개의 유기농단지를 조성중이다. 칠성면(63만㎡)에 유기식품산업단지를, 괴산읍(23만㎡)에 발효식품산업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특히 아이쿱생협은 칠성면 유기식품단지를 유기농가공업체와 주거시설, 학교ㆍ병원ㆍ문화시설, 유기농체험장 등이 어울린 복합단지로 만들 참이다. 유기농의 모든 것을 체험하면서 관광도 즐길 수 있는 ‘유기농 신도시’인 셈이다. 아이쿱생협 관계자는 “괴산 유기농단지들이 완성되는 2019년엔 회원 57만명, 연 물류액 1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유기농 식품업체인 풀무원은 청천면에 농장을 가꾸고 연수원(로하스아카데미)을 운영 중이다. 이곳은 풀무원 설립자인 고(故)원경선(1914~2013)선생이 말년을 보낸 곳이다. ‘한국 유기농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가 환경운동에 헌신하며 마지막 8년여를 지낸 괴산 자택은 기념관으로 재탄생했다.

괴산에는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유기농 단체도 많다. 눈비산마을(소수면) 솔뫼공동체(청천면) 사랑산공동체(청천면) 느티나무공동체(괴산읍) 등 곳곳에 생산자단체가 즐비하고 유기농업 작목반은 60개가 넘는다.

이런 기반을 발판삼아 괴산군은 일찍부터 유기농업을 지역 전략산업으로 키웠다. 2007년 ‘친환경농업군’을 선포하고 유기농인프라 확충에 본격 나섰다. 농업구조를 자연순환형으로 개선하는 일에도 몰두했다. 바이오산림을 만들고 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 농축산순환자원센터를 건립했다. 농업미생물센터에서 미생물을 생산해 농가에 공급했다. 유기질퇴비 생산에도 힘썼다. 자신감이 붙은 괴산군은 2012년 전국 최초로 ‘유기농업군’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유기농 생산비중을 2020년까지 20%까지 늘리고 유기농 가공업체 70개 이상을 유치해 유기농의 본고장이 되겠다는 게 괴산군의 목표다.

괴산군은 세계 유기농업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글로벌 행보에도 나서고 있다. 우선 아시아 20여개국의 자치단체가 참여하는 유기농업 협의체 구성을 주도하고 있다. 그 첫 걸음으로 지난해 10월 군청에서 제4회 아시아 유기논농업대회를 열었다. 필리핀 인도 등 각국 지자체, 민간단체와 유기농네크워크 결성도 추진중이다.

윤충노 괴산군수 대행은 “2013, 2014년 2년 연속 유기농업도시 대상을 수상한 저력을 바탕으로 세계 유기농 메카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괴산=한덕동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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