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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결장, 감독과 4번타자의 특별했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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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결장, 감독과 4번타자의 특별했던 약속

입력
2015.09.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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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눈에 보이면 저도 쓰고 싶잖아요."

염경엽(47) 넥센 감독과 박병호(29)는 2일 목동 LG전을 앞두고 '어떤 상황이 와도 이날 출전을 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감독과 '4번 타자'간에 좀처럼 이뤄지기 힘든 약속이었다.

'약속대로' 박병호는 이날 경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박병호가 선발에서 제외된 건 지난해 7월12일 목동 NC전 이후 417일 만이다. 염경엽 감독은 "박병호의 오른 중지가 부었다. 그간의 피로가 누적됐다고 보면 된다. 오늘 경기에는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리 예고되었던 것처럼 박병호는 이날 대타로도 출전하지 않았다.

사실 염 감독의 이런 '낯선 '약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이택근과 강정호 등이 슬럼프나 체력 저하 등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질 때 일찌감치 '퇴근'을 시키기도 했다. 감독 첫 해였던 2013년에는 롯데 원정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 손승락이 이틀 연속 등판을 하자 경기에 앞서 먼저 서울로 올려보내기도 했다. 온전한 휴식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이날 약속이 더 특별했던 건 박병호가 연속 경기 출장 기록을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병호 역시 애착을 가지고 있던 기록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4월7일 두산전부터 지난 1일 LG전까지 계속된 연속 출전 기록도 508경기에서 멈추게 됐다. 박병호는 현연 선수 중 롯데 황재균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연속 경기 출장 기록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박병호에게 "오늘로 연속 출장 기록은 끝이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팀이 어떤 긴박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대타 박병호 카드를 꺼내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이유가 확실했다. 그간 쌓인 피로로 인해 휴식을 취하던 박병호가 대타로 대기하게 된다면 온전한 휴식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염경엽 감독은 "확실히 정해놔야 하지 않나. 아니면 나도 박병호를 쓰고 싶어진다. 감독 입장에선 그럴 수 밖에 없지 않겠나. 박병호는 타석에 서있기만 해도 상대가 압박을 받는 타자다"고 말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건강한' 박병호로 빨리 돌아와야 팀에도 더욱 플러스가 될 수 있다. 염경엽 감독은 "1, 2경기를 잘 하는 것보다 남은 시즌을 잘 치르는 게 더욱 중요하다"며 '지금 당장'에만 욕심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박병호의 결장 소식은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각 구단 스카우트들은 박병호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목동 구장을 자주 방문하고 있다. 이날 목동구장에도 필라델피아와 세인트루이스, 텍사스, 보스턴, 샌디에이고 등 5개 구단의 방문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박병호의 결장 소식을 전해 들은 세인트루이스와 보스턴은 목동 구장 방문을 취소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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