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근대건축 첫장 연 설리번

입력
2015.09.03 04:40
0 0
건축가 루이스 헨리 설리번.
건축가 루이스 헨리 설리번.

미국 시카고의 ‘마천루’ 스카이라인을 처음 그린 건축가 루이스 헨리 설리번(Louis Henry Sullivan, 1856~1924ㆍ사진)이 1856년 오늘(9월 3일) 태어났다. 그는 시카고 건축학파를 이끌며 근대 건축의 첫 장을 열었다.

그의 ‘마천루’란 1889년의 시카고 오디토리움 빌딩(17층, 82m)이니 지금 기준으로 보자면 우스울지 몰라도, 그 전 미국서 가장 높은 건물은 8층(43m)짜리 뉴욕 에퀴테이블라이브 빌딩이었다. 건물 고층화는 시대의 요구이자 반영이었다. 도시 인구가 급증했고, 경제 규모도 비약적으로 커졌다. 엘리베이터 기술이 좋아지면서 계단 압박이 줄었고, 양질의 철강재가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얇은 벽과 기둥으로도 높이 하중을 견딜 수 있게 됐다. 1871년 대화재 이후의 시카고는 야심 찬 건축가들의 빈 서판 같은 곳이었다. 그의 웨인라이트 빌딩(1891), 카슨 프레이리 스코트 백화점(1899) 등 ‘마천루’들이 그렇게 세워졌다. 설리번과 시카고 건축 진영은 그럼으로써, 건물뿐 아니라 기능주의적 고층 건축 미학과 모더니즘 디자인의 뼈대를 세웠다.

사실 그의 이름보다 더 유명한 것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ever follows Function)”는 그의 건축 미학이다. 잡지 ‘리핀코트(Rippincott)’1896년 3월호 에세이에 처음 썼다는 저 말은 숱한 오해와 논쟁을 낳았고 결과적으로 건축과 디자인 등 실용예술 전반의 유구한 두 가치, 즉 실용성(기능)과 미학(멋)의 관계에 대한 예술적 성찰을 심화했다.

오해란 기능에 대한 오해, 즉 건축의 구축적(tectonic) 편리성이나 용도에 종속된 기능으로 그의 말을 왜소하게 이해한 데서 비롯됐다. 오스트리아 건축가 아돌프 루스(Adolf Loos)가 1908년 ‘장식과 범죄’란 글로 표명한 ‘장식은 범죄(ornament is a crime)’라는 메시지도 오해를 증폭시켰다.

하지만 설리번의 ‘기능’은 공간의 맥락과 문화의 상징성, 상업시설이 지녀야 할 대중친화성과 장식성 등을 포괄하는 ‘유기체적 기능’이었고, 루스의 메시지 역시 ‘장식= 불순물’이 아니라, 기능적 맥락을 벗어난 잉여의 장식을 경계하자는 거였다.

설리번의 건축 미학은 형태와 기능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예술적 지향들로 분기돼왔다. 이제 어떤 형태는 ‘재미(fun)’를 따르고, 어떤 건 감성(emotion)을 따른다. 온전히 욕망(desire)을 따르는 형태도 그대로 아름다울 수 있다. 물론 넓게 보자면 저 모두를 설리번의‘기능’안에 담을 수도 있겠지만 지나친 의미의 확장은 의미 자체를 희석시킨다. 중요한 것은 비용(cost)을 따른 형태를 두고 ‘기능’을 따랐다고 우기는 사이비를 분별하는 안목일 것이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