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평화협력구상 업그레이드
한미일·한중일 균형외교 계기 기대
2일 끝난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10월 말 11월 초 사이에 개최한다는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한일관계 개선 등 동북아 외교전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두 나라의 대일 항쟁 역사를 공유하며 우의를 확인하기도 했다.
韓中日 삼각 협력 틀 복원 시작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 원칙이 확인되면서 한일, 중일, 한중일 관계는 회복 수순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중관계, 북핵 등 한반도 정세는 물론 한중일 3국 협력체제 등 3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강조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한중일 관계 개선을 통해 박근혜정부의 역점 외교전략인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한편 한미일 공조, 한중일 협력 등의 균형 잡힌 외교관계도 구축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이 같은 기조는 5월 이후 점점 굳어진 상태였다. 한국은 6월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 쪽으로 방향타를 잡은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나온 8ㆍ15 계기 아베 담화가 식민지 지배나 침략 역사에 대한 제대로 된 사죄와 반성이 담기지 않았음에도 우리 정부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연내 서울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열고 이를 계기로 박근혜정부 출범 후 한 차례도 열지 못한 한일 정상회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구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최고 동맹국인 미국도 한미일 삼각 공조 틀 구축을 위해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해왔고, 아베 집권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일관계를 마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변수는 중국이었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 과거사 분쟁으로 각을 세우던 중일은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재개로 관계 개선 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의장국인 한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2012년 5월 이후 3년째 중단됐던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선물을 한국에 준 만큼 일본 역시 3국 정상회의에 호응한다면 일단 한일관계 개선 기회는 갖춰지게 된다. 하지만 한일관계 최대 난제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고 아베 정권의 극우 성향이 짙어지면서 박 대통령 민비 시해 비유 일본 언론 보도 같은 돌발악재까지 더해져 동북아 3국 관계의 앞날은 장담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抗日 역사 공유로 韓中 공조 과시
앞서 한중의 끈끈한 관계는 정상회담 모두 발언부터 확인됐다. 이번 박 대통령 방중이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 참석 목적이었던 만큼 시 주석은 1930, 40년대 일본제국주의에 맞선 한중의 노력 언급으로 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시 주석은 특히 “역사적으로 한중 양국 국민은 식민침략에 항쟁하고 민족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단결하고 서로를 도와 왔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에 이어 모두 발언에 나선 박 대통령도 “지난 세기 양국이 함께 겪은 환난지교(患難之交ㆍ함께 어려움을 겪어낸 친구)의 역사가 오늘날 양국 우의의 소중한 토대가 되고 있는데 앞으로 양국이 직면한 여러 도전을 해결하는 데도 잘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장제스 국민당 정부와 상해 임시정부의 항일투쟁 협력, 조선 공산당 세력이 중국 공산당 산하 동북항일연군의 주축이었던 역사 등 약간은 미묘한 관계이긴 하나 결과적으로 한중이 힘을 합쳐 일본 제국주의와 맞섰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시 주석도 이런 점을 강조하며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확대일로인 한중관계 역사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항일투쟁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