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경찰서는 가상화폐 판매사이트를 운영하며 이를 통해 물품 등을 구입할 수 있다고 속여 1,100여명으로부터 57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대표 이모(54)씨를 구속하고 유모(37)씨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연말까지 서울, 충남 당진 등 전국 각지에서 설명회를 개최해 “현금 7,000원을 입금하면 1만원 상당 ‘퍼펙트 코인’을 지급한다”며 노인들을 끌어 모았다. 이들은 가상화폐가 통화와 교환이 가능할 뿐 아니라 여행상품, 전자제품, 식품 등을 구입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또한 자신들이 운영하는 업체가 영국에 본사를 둔 홍콩거래소로부터 위임 받은 한국거래소라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화폐이고 앞으로 금융기관에서 화폐 대신 사용될 것”이라고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다른 회원들을 데려오면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회원들을 늘려갔다. 주로 지방에 사는 노인들에게 신입회원 5명을 데려오면 마일리지를 적립해주고 이를 통해 해외 크루즈 여행을 무료로 보내주겠다고 속였다. 일당은 실제로 피해자 40명에게서 회원가입비로 각각 120만원을 받아 홍콩과 중국 등으로 3박4일 크루즈 여행을 보내주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여행에 든 비용은 100만원 수준으로 피해자들은 오히려 비싼 돈을 주고 여행을 간 꼴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사무실을 폐쇄하고 옮겨가는 등 경찰의 추적을 피해왔다”며 “법적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가상화폐는 그 실효성에 대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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