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딸을 임신했다며 낙태를 요구한 시아버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40대 여성이 이혼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가사3부(부장 이승영)는 A(43)씨가 남편 B(47)씨와 시아버지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1998년 결혼 후 시아버지를 모시고 산 A씨는 이듬해 첫 딸을, 2년 후 둘째 딸을 낳았고, 2005년에는 쌍둥이를 임신했다. 하지만 성별 검사 결과 배 속의 아이가 딸로 확인되자 남편과 시아버지는 임신중절수술을 요구해 결국 낙태를 했다. 시아버지는 A씨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무랐고, 자녀 양육과 생활비 문제에도 간섭하며 윽박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참고 살던 A씨는 남편의 무관심까지 더해지자 결혼 15년 만에 이혼을 통보하고 두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갔다. 별거 생활을 하던 A씨는 “시아버지의 모욕적 언사 등 부당한 대우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며 남편과 시아버지를 상대로 위자료 5,0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은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민법이 규정한 이혼 사유인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남편이 가족회복을 위해 노력했고, 시아버지도 분가를 허락하며 노력한 점 등을 종합하면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해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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