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 첫 승을 거둔 정현(19ㆍ삼성증권 후원ㆍ69위)은 더 높은 벽을 마주하게 됐다. 2회전 상대는 두 차례 메이저 우승을 거둔 스탄 바브링카(30ㆍ스위스ㆍ5위)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표만 보면 정현은 바브링카의 상대론 터무니 없이 역부족이다. 하지만 테니스에서 랭킹 100위 이내의 선수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다. 톱 랭커가 1회전에서 무명의 선수에게 나가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잃을 것’이 없는 정현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해 랠리에 집중한다면 이변 연출도 불가능하지 만은 않다.
주무기 한 손 백핸드가 ‘예술의 경지’에 까지 이른 바브링카는 ‘빅4’(노박 조코비치, 로저 페더러, 앤디 머레이, 라파엘 나달)등과 함께 톱 랭커로 분류되는 선수다. 올해 프랑스오픈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28ㆍ세르비아)를 꺾고 챔피언 자리에 올랐고, 지난해 호주오픈에서는 라파엘 나달(29ㆍ스페인ㆍ8위)을 물리치고 자신의 첫 메이저 우승 타이틀을 차지했다. 2013년 5월 이후로 2년 넘게 10위권 밖으로 물러난 적이 없다. 정현이 바브링카의 한 손 백핸드를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바브링카는 2일(한국시간) 1회전에서 알베르트 라모스 비놀라스(스페인ㆍ58위)를 3-0(7-5 6-4 7-6)으로 꺾고 2회전에 안착했다. 바브링카는 정현이 상대해본 선수 중 최 상위 랭커다. 종전까지 정현이 상대한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은 이는 마린 칠리치(27ㆍ크로아티아ㆍ8위)다. 정현은 지난달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시티오픈에서 칠리치와 맞붙어 0-2(6-7 3-6)로 분패한 바 있다.
바브링카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정현에 대해 “잘 모른다”며 취재진에게 “내가 누구와 경기를 하느냐”고 되물었다. 상대가 정현이라는 말에 바브링카는 “그를 잘 모른다”며 “물론 그 선수가 좋은 경기를 해왔고 상위권 선수들도 몇 차례 이긴 것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주 대회에서는 내 친구인 브누아 페어(26ㆍ프랑스)를 꺾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페어는 이번 대회 단식 1회전에서 지난해 준우승자 니시코리 게이(26ㆍ일본)를 3-2로 꺾고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기자회견장에서는 이날 앤디 머레이(28ㆍ영국ㆍ3위)에 패배한 닉 키르기오스(20ㆍ호주ㆍ37위)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최근 바브링카는 키르기오스가 경기 도중 바브링카의 연인으로 알려진 크로아티아 여자 테니스 선수 돈나 베키치가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한다는 험담을 퍼뜨리면서 구설수에 시달렸다. 키르기오스는 이 언행으로 ATP사무국으로부터 1만달러(1,180만원)의 벌금 징계를 받은 바 있다. 키르기오스가 받은 징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바브링카는 “더 이상 그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말을 줄였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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