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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도심 천덕꾸러기 백로떼 ‘강제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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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도심 천덕꾸러기 백로떼 ‘강제 퇴출’

입력
2015.09.0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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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소음·학습권 침해 논란 확산

서식지 소나무숲 절반가량 솎아내

환경단체 “사람과 공존 묘안 절실”

수백 마리의 백로들이 청주남중 인근 야산의 소나무 숲에 빼곡히 앉아 있다. 청주시가 2일 간벌에 나서 이런 광경을 다시 보기 어려워졌다. 한덕동기자
수백 마리의 백로들이 청주남중 인근 야산의 소나무 숲에 빼곡히 앉아 있다. 청주시가 2일 간벌에 나서 이런 광경을 다시 보기 어려워졌다. 한덕동기자

학습권 침해 논란을 빚었던 충북 청주시 청주남중 인근 야산의 백로떼 서식지가 결국 간벌됐다.

청주시는 2일 오전 산림조합의 지원을 받아 문제의 백로떼 서식지에서 리기다 소나무를 간벌했다. 간벌이 진행되는 동안 백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의 백로가 이미 둥지를 떠났기 때문이다. 이날 잘라낸 소나무는 모두 123그루다. 백로 서식지내 소나무(250여 그루)의 절반 가까이를 솎아냈다. 간벌로 울창한 소나무숲이 사라진 만큼 올해처럼 많은 백로 떼가 다시 이곳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로써 도심 속 장관을 연출하던 백로 떼는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백로 떼로 인한 소음, 배설물 악취에 시달렸던 청주남중 학생들은 한시름 놓게 됐다.

이곳에 철새인 백로 떼가 날아든 것은 3년 전이다. 길조로 여겨지는 백로가 도심 속에 둥지를 틀자 이곳은 곧바로 도심 생태교육의 장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올해 봄 개체수가 폭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대 1,000마리까지 백로가 늘어나면서 배설물 악취와 소음이 극심해졌다. 특히 인접한 청주남중은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할 만큼 소음에 시달렸다. 서식지와 맞닿을 듯한 거리에 있는 학교 급식소는 악취에다 백로 떼의 깃털까지 날아들면서 위생문제를 심각해야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급기야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났다. 여름방학이 지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등교ㆍ급식 거부에 나서겠다고 교육 당국을 압박했다. 학교측도 청주시에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청주시는 2일 청주산립조합 지원을 받아 청주남중 뒤 잠두봉 백로떼 서식지의 소나무를 간벌했다. 청주시는 이 날 잠두봉 내 0.3ha 임야의 소나무 123그루를 베어냈다. 뉴시스
청주시는 2일 청주산립조합 지원을 받아 청주남중 뒤 잠두봉 백로떼 서식지의 소나무를 간벌했다. 청주시는 이 날 잠두봉 내 0.3ha 임야의 소나무 123그루를 베어냈다. 뉴시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주시와 서식지 소유권자인 청주교대, 학부모 단체, 환경단체가 지난 6월부터 머리를 맞댔다. 백로 서식지도 보호하고 학생들의 학습권도 보장해 줄 묘안을 찾기 위해 수차례 토론을 벌였다. 학습권을 위해 서식지 전체를 벌채해야 한다는 학부모 주장과 새들이 안식처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방안을 찾아야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엇갈리며 공방이 벌어졌다. 결국 철새인 백로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서식지 일부를 간벌하기로 합의를 봤다.

도심으로 날아든 백로 떼가 문제가 된 곳은 청주만이 아니다.

최근 대전과 광주, 경기 성남에서도 주택가와 폐수목원 등에 자리 잡은 백로 떼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면서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도심 백로 떼 문제와 관련, 환경 전문가들은 서식지 간벌로 무작정 쫓아내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상생의 모델을 백로 서식지 문제 해결을 통해 찾도록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는 “다른 도시의 사례를 볼 때 기존 서식지에서 백로를 내몰면 다른 곳에서 서식지를 찾는 만큼 간벌이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않는다”며 “백로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덕동기자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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