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은 남북한 충돌 완화장치
동질성 회복 위해 왕래ㆍ교류 확대하고
전향적으로 관광재개 검토해야 할 때
남북 고위급회담의 합의대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자접촉이 7일 열린다. 박근혜 정부에서 첫 남북관계의 변화 조짐이다. 대치와 갈등으로 일관하던 집권 전반과 비교하면 확실한 진전이다.
벌써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는 대가로 금강산관광 재개를 요구할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이산가족 상봉 장소로 금강산이 유력하고 북한은 이를 통해 금강산관광 재개라는 의제를 부각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지금까지 남북 간 대화 과정도 그랬으니 그리 틀린 예측은 아닐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문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연계하는 데 여전히 불편해 한다. 금강산관광이 북한의 달러박스고, 이 달러가 핵 개발에 투입되는 것 아니냐는 보수진영의 우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번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 2008년 7월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7년이 됐다. 잡초가 무성해져 그린과 페어웨이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가 된 금강산골프장 사진을 보면서 이런 의문이 든다. 과연 금강산관광 재개가 북측만이 원하는 것일까. 충돌 완충장치로서 금강산관광은 용도폐기된 것일까.
사실 금강산관광은 처음부터 우리 쪽에서 원했던 사업이다. 북한이 돈을 벌겠다고 먼저 덤벼든 사업이 아니었다. 1989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북한을 방문해 ‘금강산 관광 및 시베리아 공동개발 등에 관한 의정서’를 체결했고, 1998년 6월 정 명예회장의 ‘소 떼 방북’에 이어 5개월 뒤에 금강호가 첫 출항을 했다. 당연히 우리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후 10년간 195만 명의 관광객이 금강산을 다녀왔고, 두 차례 연평해전에도 불구하고 관광은 계속됐다. 금강산 유람선이 드나들던 장진항은 군항이다. 금강산관광이 시작되면서 북측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명령으로 잠수함기지를 후방으로 물렸다. 개성공단도 원래 군 주둔지역이었으나 공단건설이 시작되면서 군은 후방으로 이동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이 남북한 간 충돌을 방지하는 평화사업이 된 셈이다.
쿠바의 경우처럼 자본축적이 미진한 사회에서는 관광사업이 경제를 살리는 가장 유효한 선택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확대, 개혁과 개방의 심화 등 경제발전을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는데 관광사업처럼 좋은 것이 없다. 또 독일의 전례가 보여주듯 통일의 전제인 상호 동질성 회복을 위해서는 왕래와 교류, 그리고 상호협력이 필수적이다. 비록 공간제약이 따르고 주민과의 접촉이 통제되긴 하더라도 금강산관광은 개성공단과 함께 통일 전 단계와 그 이후를 연결하는 디딤돌로 적잖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지금 북한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절실히 바랄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별다른 호재가 없는 한 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관광 재개는 남북관계를 한 단계 진전시킬 수 있는 효과적 계기가 된다. 숙박시설이나 음식점 등 기왕의 인프라는 모두 깔려있다. 남북 대치상황에서 일부 지역이나마 평화지대로 전환하면 지정학적 리스크를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경원선 복원, DMZ 평화공원 조성 등과 금강산 관광이 적절하게 어우러질 경우 남북한은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으로 통일을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국제법상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1953년 7월 27일 마크 웨인 클라크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사이에 맺은 정전(停戰)협정 때문이다. 전쟁을 일시 정지한 것에 불과한 체제가 62년간 지속되고 있다. 세계 어느 곳을 봐도 이렇게 오랫동안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지역은 없다.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이제는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할 까닭이다. 2008년 관광객 피격 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있어야 한다는 정부의 완강한 입장을 유연하게 풀 때가 됐다. 전쟁은 외교의 연장이고, 외교의 실패는 전쟁이다. 이미 경험했듯 금강산관광은 남북한 충돌을 줄일 수 있는 외교적 수단의 하나로도 대단히 매력적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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