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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1+1=3?

입력
2015.09.0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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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의 조카가 초등학생 때 일이다. 혼자 산수 공부를 하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더란다. 이유인즉슨, 2 더하기 2와 2 곱하기 2가 공히 4인 까닭을 이해할 수 없어서라나. 이모 입장에선 난처했을 성싶었다. 대충 기지를 발휘해 요목조목 설명했으나 딱히 시원스런 해답이 나올 리 만무했단다. 얘길 듣자하니 공연히 멍해지면서 문득 마주앉은 밥상부터 신비스럽게 부각됐다. 최근 수학 관련 책을 뒤적이다 느꼈던 묘한 기분이 상기된 까닭이다. 워낙 수(數)엔 젬병인 탓이겠지만, 집합과 수열 등에 대한 기본 연산을 풀이하는 대목에서 뭔가 손에 잡힐 듯 멀어지는 혼미한 각성 상태가 선득한 해방감으로 이어졌었다. 스스로의 무지가 들통 나는 동시에, 세계의 본래적 질서와 실질적 체계 사이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는 걸 발견하는 기분이었다. 이를테면, 여태 고수해왔던 지적 체계나 상식이 근본에서부터 무너지며 머릿속이 새하얘진 것이다. 이 황망한 자각이 이상하게 후련했다. 낡은 컴퓨터가 새로 포맷되듯 묵은 관념들이 교정되면서 어떤 원점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늘 틀어박혀 있는 방안부터 낯설게 여겨졌다. 공연히 1 더하기 1이 2라는 사실을 어떻게 다시 증명할 수 있을까 호기심이 당겼다. 그래서 이렇게 써보았다. ‘1+1=3?’ 크게도 작게도 써보았다. 그림 같기도, 무슨 지도 같기도 했다. 언제 풀 수 있을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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