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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박원순표 한강개발, 이번엔 성공할까

입력
2015.09.0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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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6월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6월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취임과 동시에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 개발 프로젝트를 전면 중단했던 박원순 시장이 임기 중 처음으로 한강 상업화를 꺼내 들었다. 겉으론 한강 자연성 회복이라고 포장했지만 한강을 관광상품화 하려 든 점은 오 전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를 닮아 있다. 한강 개발을 생태계 파괴의 주범과 대표적 전시행정으로 꼽았던 박 시장이었던 터라, 갑자기 이런 개발 계획을 꺼내 든 이유에 의구심이 든다. ‘한강 개발 스톱’이 시대의 흐름에 역행했다는 데 공감을 형성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대선을 위한 치적 쌓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팽배하다. 그동안 한강 개발은 매번 대선주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용두사미로 끝났기 때문이다. 경제 활성화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번만은 다를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 박원순식 한강 개발, 차별성 없어

박 시장의 전임인 오 전 시장도 한강 르네상스를 내놓으며 롤모델로 삼은 건 파리 세느강과 런던 템즈강이다. 자연 생태계와 상업시설이 조화된 명소로 한강을 관광 자원화 하겠다는 발상도 같다. 박 시장이 꺼내든 7개 한강 권역 중 핵심인 여의~이촌권역 문화관광지대 개발 프로젝트도 결국 오 전 시장이 반포ㆍ이촌지구에 조성하려 했던 문화복합시설과 거의 일치한다. 오 전 시장이 이 개발계획을 내놓은 2006년으로 회귀하는 분위기다.

박 시장 역시 3,981억원이나 투입해 한강 개발을 추진하면서 경제성에 대한 구체적 증명 또는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점도 닮아 있다. 바꿔 말하면 단체장이 바뀌면 또 다시 경제성과 환경문제 등을 이유로 전임의 업적 지우기로 한강이 이용당하기 충분하다는 의미다. 박 시장도 그랬다. 2011년 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80%정도 완료된 한강르네상스를 대표적 전시행정으로 꼽으며 모조리 축소 또는 폐지했다. 대표적으로 6,000톤급 크루즈선이 다닐 수 있도록 교각 폭을 넓혔던 양화대교 공사도, 이미 공론화를 마친 한강예술섬 복합문화예술 사업도 원점으로 돌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정부와 함께 한강을 개발하겠다는 기본 계획을 발표한 것이지, 타당성 조사 등을 마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건 아니다”며 “우선 거점을 여의도로 보고 2019년까지 개발할 것이고, 그 성공여부에 따라 2, 3차 계획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역대 시장들도 ‘랜드마크 없는 한강’으로 고민

서울은 국내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8명 이상이 찾지만 관광자원이 빈약한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강은 좋은 관광명소일 수 밖에 없다. 서울시 계획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한강 개발로 기존(12.5%)보다 7.5%(2030년 예상)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시도 인정한 “한강의 관광 경쟁력이 미흡하다”는 점은 ‘한강 명소화’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성급하게 결정도 나지 않은 노량진 카지노 리조트 복합단지(8월27일 후보지에서 탈락)를 한강과 연계된 자원으로 서울시가 포함시킨 것도 따져보면 이런 고민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미 10년 전 오 전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를 내놓을 당시에도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무조건 신규 프로젝트만 실현할 게 아니라 전임 시장의 업적이라도 취지에 걸 맞는다면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실제 오 전 시장 재임시절인 2006년 시민 공모로 시작된 3개의 인공섬인 ‘새빛섬’사업은 박 시장의 한강 개발 계획과 콘셉트가 맞아 연장선상으로 둘 수도 있으나 이번 계획에서 빠졌다. 당초 공연ㆍ컨벤션 등 다목적 홀, 엔터테인먼트 공간, 수상 레저시설 등으로 운영되며 평일 1,000명(주말3,000명)이상 이용객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난해 10월 전면 개장한 이후 카페ㆍ레스토랑, 예식장으로 전략한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사업자인 효성 측은 “20년 동안 운영권을 갖고 있지만, 당초계획과 달리 한강 개발 프로젝트와 연계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방문객을 늘리는 것도, 수익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강 여객선 활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MB정부 시절 아라뱃길과 한강이 연계된 서해뱃길(여의도~김포)을 조성, 크루즈 등 다양한 선박이 한강에서 운항될 예정이었다. 수자원공사는 아라뱃길 조성을 위해 2조3,000억원의 예산을 들였지만 아직도 여의도와 연결은 묘연하다. 이번 한강 개발 사업에도 현재 한강에서 운항중인 700톤급 유람선만 사용하도록 여의도에 통합선착장(피어데크)을 2018년까지 짓기로 했다. 1,000톤급 여객선이 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수공의 요구는 계획에서 빠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임 시장 사업이라도) 추가 검토를 통해 필요하다면 함께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무리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적이라지만 수공의 요구는 경제성이 없는 아라뱃길 사업을 강행하려는 전형적 정략적 접근이라 받아들일 수 없다” 고 말했다.

● ‘한강 개발’ 치적 홍보는 그만

한강 개발은 조순 전 시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첫 지방자치 선거에서 시장으로 당선된 조 전 시장이 97년 노들섬을 파리 몽마르트 언덕처럼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을 담은 ‘한강 8경 정비계획’을 내놨으나, 그의 정치인생 몰락과 함께 세간에서 사라졌다. 고건 전 시장이 99년 내놓은 ‘푸른 강 푸른 쉼터, 한강 5개 권역 특화개발 사업’도, 이명박 전 시장의 한강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건립 사업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이 전 시장의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건립은 오세훈 시장이 바톤을 이었으나 역시 박원순 시장이 들어서면서 계획이 모두 사장됐다.

한강 개발은 민선 시장이라면 모두 한번씩 건드려 본 사업이다. 시민 곁에 있는 한강이기에 어떤 사업보다 효과가 분명해 사실상 급조된 정책도 많은 게 사실이다. 실익보다 정치적 판단을 우선시 한 개발 계획이라는 의미다. 서울시가 24일 한강 개발 프로젝트를 내놓으면서 “한강 르네상스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강이 치수, 수자원 목적으로만 이용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한 것도 한강 개발이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끊겨 왔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세계 어디에도 한강처럼 도심을 관통하는 큰 강이 없을 정도로 소중한 관광자원임에는 틀림없다”며 “관광명소가 절실한 만큼 한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체장의 변동에 상관없이 강원도와 인천을 잇는 전국적인 명소로 개발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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