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매체가 3일 전승절 열병식이 국민들을 혹사시키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 기사를 내 보내 눈길을 끈다. 기사의 내용보다는 열병식 준비과정에서 주민들 불만과 불편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는 간접 증거이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판은 3일 “일각에선 열병식이 백성들을 혹사시키고 재물을 낭비할 뿐 아니라 체면을 위한 것이어서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은 없다고 주장한다”며 “빈곤 인구가 여전히 많은데 많은 돈을 쓰는 대규모 열병식이 꼭 필요하냐는 시각도 없잖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그러나 “빈곤 해결은 한번에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열병식을 한다고 국가가 빈곤 구제를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또 “열병식이 낭비란 비판도 있지만 보통 사람들도 기쁜 일을 축하할 땐 돈을 쓰기 마련”이라며 “하물며 한 국가가 승전 70주년을 기념할 때에는 말할 것도 없다”고 강변했다. 이 매체는 특히 “이번 열병식은 중국군의 권세와 무력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의 국제 영향력을 과시하고 13억명이 넘는 중국인들에게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라며 “이러한 효과와 외교적 의의도 함께 따져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민일보가 반박에 나설 만큼 인터넷 상에는 열병식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네티즌은 “열병식은 꼭 필요한 것”이라며 “백성들을 혹사시킨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은 반역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왕하오런’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당 지도부도 그 동안 8항규정 등을 통해 검소한 예산 집행 등을 강조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회사원 푸리팡은 “10년마다 열도록 돼 있는 열병식을 6년 만에 다시 여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민생을 챙기는 게 더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열병식 행사엔 신원 조회 등을 거친 일부 권력층만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져 일반 시민들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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