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프로 7년차 우투우타 두산 오장훈(31)은 올해 선수 인생의 마지막을 걸고 길을 바꿨다. 거포 내야수로의 도전 대신 시즌 중 투수로 전향했다. 6월7일 2군 롯데전을 끝으로 방망이를 내려놓고 한용덕 두산 투수코치의 권유로 공을 던지기 시작한지 2개월 만에 실전에 섰다.
짧은 준비 시간에도 변신은 나쁘지 않았다. 8월19일 2군 LG전에서 치른 첫 실전을 1이닝 무피안타 1탈삼진으로 막았다. 이후 두 차례 등판에서도 실점은 없었다. 3경기 투구 내용은 2⅔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한용덕 코치에 따르면 직구 최고 시속은 146㎞ 정도 나왔다고 한다. 슬라이더와 포크볼도 던졌고, 공 끝이 좋다는 평가를 내렸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확대 엔트리가 시행된 1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오장훈을 내야수가 아닌 투수로 1군에 등록했다. 2008년 롯데 육성 선수로 들어와 이듬해 처음 1군 무대를 밟고 2011년 두산으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그는 투수로 첫 1군에 이름을 올렸다. 타자 통산 1군 성적은 14경기 출전에 타율 0.207(29타수 6안타) 1타점이다.
김태형 감독은 오장훈을 '히든카드'라고 지목하며 "2군에서 평가가 좋았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부담 없는 상황에서 올리겠다. 던지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겠다"고 관심을 나타냈다.
오장훈의 투수 전업을 보면 두 명의 선수가 떠오른다. 1995년 태평양 시절 3할 타율을 쳤던 권준헌(은퇴)은 부상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으며 2000년 투수로 돌아섰다. 전향 2년째인 2001년 2승2패 4홀드 평균자책점 3.43으로 안정적인 피칭을 하며 2008년 한화에서 은퇴할 때까지 긴 선수 생활을 했다.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몇 안 되는 성공 사례다.
반면 2009년 2차 1라운드 3순위로 넥센에 지명된 거포 내야수 기대주 장영석(25)은 오장훈처럼 2011년 시즌 중이던 6월부터 투수 수업을 받았다. 3개월 후인 9월 투수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재미를 못 봤다. 2경기에 나가 2이닝 4실점(3자책) 평균자책점 13.50으로 투수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고 그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 올해 현재 1군 내야수로 있다. 지난달 30일 광주 KIA전에 첫 출전해 2타수 1안타를 쳤다.
권준헌일까, 장영석일까. 오장훈의 도전은 과연 어떻게 끝이 날까.
사진=두산 오장훈.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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