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영화 '오피스'(3일 개봉)는 평범한 회사원이 존속살해라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일로 시작된다.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착실한 김과장은 멍한 눈으로 퇴근해 노모와 아내, 행동이 불편한 장애아들을 망치로 살해한 뒤 회사로 돌아온다. 김과장과 함께 일한 김부장부터 동기 과장, 대리 그리고 인턴사원까지 김과장이 여전히 회사에 있다는 사실에 공포감을 느낀다. '오피스'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이는 살인자 김과장이다. 그리고 이 캐릭터를 소름 돋을 정도로 리얼하게 연기한 배성우다. 이 영화가 실재한다면, 배성우는 왠지 그러고도 남을 것 같다.
-김과장과 잘 어울린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을 보고 연락이 왔다. 감독이나 제작사에서 보기에 내 마스크가 불쌍해 보이는데 사람도 죽일 것 같은 알다가도 모를 인상이었다고 했다."
-극중 맥 빠진 모습, 이리저리 치이는 모습 등을 리얼하게 연기했다.
"중점을 둔 게 살아가면서 받은 압박이나 스트레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나 역시 영화가 중점으로 다루는 정서를 잘 알았다."
-어떤 정서가 통했나.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요즘 대기업 사원도 불안한 시대다. 배우는 자리를 잡기 전까지 불안한 직업이다. 사회의 구성원이라 말하기 힘들 정도로 불안하다. 무슨 직업이든 간에 미래에 대한 불안한 정서를 다뤄 몰입이 어렵지 않았다."
-호러와 스릴러를 취한 영화다.
"기본 장르는 호러인데 스릴러로 포장돼 있다. 호러와 스릴러는 섞이기 힘든 장르인데 여기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됐다. 나 역시 한 쪽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모니터를 많이 했다."
▲ 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미생'의 호러버전 같기도 하다.
"촬영하면서 '미생' 얘기를 많이 했다. '미생'은 희망 없는 사회에 희망을 얘기해 오히려 판타지스러웠다. '오피스'는 희망이 없는 것을 아니까 칼을 들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그렸다. "
-김과장을 어떻게 그렸나.
"슬픔과 외로움, 우울에 어떤 욕망까지 품은 인물의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김과장이 살인을 저지르는 건 단순히 압박감으로만 표현할 수 없었다. 자기도 모르는 힘으로 뭐에 씌었다든가 하는 느낌. 대사나 행동보다 정적인 모습을 사용해 섬찟한 긴장감을 일으키고 싶었다."
-무표정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무서웠다면 다행이다. 김과장이 이야기 전체의 원인과 결과를 짊어지고 있는 사람인데 공포감을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이 많았다."
-올해 칸 레드카펫도 밟아봤다.
"화끈한 장면이 있지도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 칸에 초청됐다고 해 '되게 이상하지 않구나' 생각했다. 나도 함께 가게 돼 신났었다. 좋은 경험이었다."
-'오피스'의 흥행 기대는.
"개봉이 미뤄졌지만 15세 판정을 받아 좋다. 손익분기점인 120만 명만 넘었으면 좋겠다."
▲ 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유난히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촬영한 기억 밖에 없다. 1월에 '섬 사라진 사람들'을 찍고 2월부터 '특종'과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와 '더 폰'을 내리 찍었다. 8월부터는 옴니버스물 '사랑하기 때문에'를 찍었다. '오피스'로 칸도 다녀왔고 장시간 인터뷰, 시사회로 바쁘다. 이제 11월까지 줄줄이 개봉할 일만 남았다."
-수입은 어떤가.
"지난해부터 먹고 사는 걱정을 하지 않게 됐다. 예전에는 집에 용돈을 대는 정도였으나 요새는 내가 생활비를 대고 있다.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변했다. 3년 전에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할 뻔했는데 당시 통장에 3,000원 밖에 없어 피해를 입지 않았었다(웃음)."
-요즘엔 동생(배성재 SBS 아나운서)보다 더 유명하다.
"동생한테 많이 고맙고 미안하다.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해 한동안 가장 노릇을 해왔다."
-드라마 출연 계획은.
"그러고 보니 재작년에 하나 했네(2013년 '연애조작단 시라노'). 지난해와 올해는 영화에 재미를 느꼈다. 좋은 역할만 있으면 안 할 이유가 없다."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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