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식당에서 아이들을 위해 밥을 짓고, 밤엔 폭력배를 상대로 발차기를 날리는 여전사가 된다. 낮과 밤이 180도 다른 이는 바로 배우 김정은(41). 드라마 ‘파리의 연인’(2004)으로 로맨틱코미디의 여왕이라 불렸던 그는 최근 끝난 MBC ‘여자를 울려’에서 ‘억척 아줌마’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정은이 도전한 역할은 강력반 여형사 출신으로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뒤 자식을 못 잊고 학교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덕인이란 인물로, 특히 능숙하게 요리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1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정은은 “백종원에게 직접 업소 요리를 배웠다”며 웃었다. 백종원의 아내이자 배우인 소유진이 두 사람의 다리를 놨다. 김정은은 “백종원의 요리연구실에 가 촬영을 위해 우엉 깎는 법부터 배웠다”며 “불 맛이 중요하다고 해 프라이팬으로 하는 백종원 특유의 불쇼도 공부했다”고 말했다. 식당 주인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기 위해 김정은은 집에서 프라이팬에 쌀을 넣어 흔들며 손에 익혔다.
김정은은 이번 드라마에서 액션 배우로도 거듭났다. 극중 불량 학생이나 조직 폭력배를 응징할 때 돌려차기도 무리가 없었다. 이 장면을 대역 없이 연기했다는 김정은은 “내가 액션 연기를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다”며 웃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40부작 주말극에 출연한 김정은은 “줄곧 20회 미니시리즈만 찍어 이번엔 철인 3종 경기를 한 기분이었고 액션 연습으로 몸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별거 중인 부부가 남매 사이인 남녀와 각각 연애하는 설정 등으로 막장 논란에도 휩싸였는데 김정은은 “시청자들이 불편했다면 죄송할 뿐”이라면서도 “주말극의 특성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애교 있게 넘어갔다.
1996년 MBC 2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정은은 올해 연기 활동을 시작한 지 꼭 20년을 맞았다. ‘해바라기’(1998) ‘연인’(2006) 등 드라마와 ‘가문의 영광’(2002)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등 영화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고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이런 김정은은 “버려야 산다”를 자신의 연기론으로 꼽았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억척 아줌마’로 거듭났기에 새로운 연기 인생을 열었다는 것. 그는 “20년 세월이 준 건 묵은 때뿐”이라며 “다 내다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시상식에서 스태프들에 감사하다고 했지만, 20년 전 나는 나밖에 몰랐다. 날 고집하면 할수록 촬영장에서 (돋보이지 않고) 썩는다”고도 했다.
지난 6월 동갑내기 펀드매니저와 열애 소식이 불거진 김정은은 결혼 계획에 대해 “정해진 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남자친구가 내가 편하게 일을 하도록 도와주고 있어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연애는 늘 새로 배우는 공부 같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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