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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몰리는 파견 근로자

입력
2015.09.0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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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고용" 판정 나와도 원청회사들 계약해지ㆍ해고

사회복지사로, 지난달 셋째 딸을 낳은 안영철(41)씨의 아내는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휴가를 다 쓰지도 못하고 3주 만에 다시 직장인 지역아동센터로 출근했다. 안씨가 지난 2월 회사 동료 100명과 함께 해고됐기 때문이다. 안씨는 2006년부터 강원 삼척의 동양시멘트 사내하청업체인 ‘동일’에서 일했다. 동양시멘트 49광구에서 85톤 덤프트럭으로 평일에 8시간, 매주 주말에도 16시간씩 원자재를 날랐다. 하지만 지난 2월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이 원청회사인 동양시멘트의 사내하청업체 사용이 사실상 파견업무에 해당되는‘위장도급’이라고 판정하자 동양시멘트는 동일과 도급계약을 해지했고, 안씨는 9년 간 일했던 직장을 잃었다. 지난 6월 강원지방노동위원회도 동일의 근로자들을 원청근로자로 인정해 해고 노동자들이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안씨는“동양시멘트는 기업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며 정규직 전환은 고려하지도 않고 있다”며 “이는 정부와 노동위원회의 결정도 무시하는 법 위의 행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표적인 비정규직 보호법인 파견근로자보호법에 따르면 2년 이상 파견 근무자로 일을 한 사람은 원청회사가 고용하도록 돼 있다. 원청회사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안씨의 경우처럼 원청회사가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계약 2년을 앞두고 사내 하청업체와 계약을 해지(집단해고)하거나,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하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본부에서 열린 ‘계약해지-집단해고 사업장 기자간담회’에서는 이런 기업의 불법 행태에 대한 고발이 이어졌다. 정부는 고용안정성 강화를 노동개혁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를 무력화하는 기업들의 행태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2004년 경북 구미시에 공장을 세웠던 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는 지난 6월 170여명이 고용된 사내 하청업체 GTS와 도급계약을 파기했다. 반복되는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GTS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한 지 한 달 만이다. 차헌호 아사히사내하청노조 위원장은“원청 내 3개 하청업체(GTSㆍ우영ㆍ건호) 중 노조가 설립된 GTS하고만 계약을 종료했다”며 “이는 노조 활동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노조는 문자로 해고를 통보한 후 출근을 막거나 사업체 폐업을 빌미로 희망퇴직을 종용한 행위가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지난 7월 고용부 구미지청에 아사히글라스사를 고소한 상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노조활동으로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탈퇴 압력을 가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는 법 원칙에 위반되기 때문에, 이를 어기면 사용자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현대미포조선의 하청업체 KTK선박에서 근무하던 100여명도 지난 4월 11일 문자 한 통으로 업체 폐업 통보를 받기도 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고용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선 고용부가 원청의 불법파견을 적발하고, 양극화한 임금체계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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