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 지역구 거론하며 톤 높여
"관행 깬 긍정적 시도" 평가 속
"중립성·공정성 논란" 지적도
국회법상 당적 복귀는 가능
새누리 "연구해 봐야" 당혹
정의화 국회의장이 1일 정치권에 ‘현직 국회의장의 총선 출마’라는 화두를 던졌다. 전문가들은 관례를 깬 신선한 시도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우려했다.
정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년 20대 총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부산 중ㆍ동구가 내 지역구인데 (차기 총선에) 출마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직 국회의장들을 두루 거론하면서 “이 분들에게 소속 당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줘서 국회에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하기도 했다. “재선부터 4선까지가 주축이 되고 나머지는 초선과 5선 이상이 비슷한 비율로 조화를 이루는 달 항아리 모양의 원 구성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의장은 이어 ‘출마를 하려면 (원적지인) 새누리당으로 돌아와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돌아가야 한다”며 “내년 3월 1일부터는 법적으로 (당적 복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회법 20조2항의 예외규정에 따르면 의장은 당적 보유가 철저히 금지되지만 총선이 있는 해에는 임기만료 90일 전부터 당적 보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구상은 10여 년간 지속돼온 국회의장 출신 정치인의 정계은퇴 관행을 깨는 것이다. 박관용 전 의장이 ‘의장의 중립성 보장’을 이유로 2004년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래 국회의장은 정계은퇴를 하는 게 관례였다.
정치학자들은 정 의장의 총선 출마를 새로운 국회의장 상 정립의 계기로 평가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과정 교수는 “‘국회의장=정계 은퇴’가 공식처럼 되면서 되레 의장의 권한이 적어지고 다선 의원들의 전리품처럼 격하됐다”면서 “전직 의장의 총선 불출마는 관례이지 원칙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국회의장의 실질적인 권한 강화가 입법부의 권능 회복임을 강조했다. 그는 “의장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권한을 주되 수행한 업적으로 평가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 하원 의장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그가 출마할 경우 여야가 후보를 내지 않는 등의 예우를 통해 의장직을 계속 수행토록 한다.
그러나 현직 의장이 당적을 갖고 총선에 출마할 경우 불필요한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무소속 호남 출마’ 등 기득권을 내려놓는 출마라면 명분과 의미를 살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차기 총선을 위해 국회의장을 했느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장의 ‘친정’인 새누리당은 당혹해하는 기색이다. 한 당직자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 당내 경선 참여가 가능한지 등 검토해봐야 할 게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도 “너무 난해한 이야기라 연구를 좀 해봐야겠다”며 “혼자 외롭게 계시니까 별의 별 연구를 다 하시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정 의장 측은 “출마를 결심했다기 보다는 전직 국회의장의 정치행보에 대해 정치권 전체가 다시 생각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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