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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銀, 삼성重 손잡고 '성동조선 살리기' 마지막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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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銀, 삼성重 손잡고 '성동조선 살리기' 마지막 카드

입력
2015.09.0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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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은 수주 발굴 등 영업 돕고

수은은 재무 지원으로 위험 부담

최장 7년 경영협력 '승부수'

수출입은행과 삼성중공업이 중소형 부실 조선사의 대표격인 성동조선해양의 회생을 위해 최대 7년간 경영정상화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주채권은행인 수은이 대형조선사의 힘을 빌어 4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성동조선을 살리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이덕훈 수출입은행 행장은 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달 31일 오후 늦게 수출입은행과 삼성중공업이 거제조선소에서 만나 ‘성동조선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경영협력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은 삼성중공업이 4년간 성동조선을 협력경영하고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과의 합의를 거쳐 협력경영 기간을 3년 더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회사의 역할은 삼성중공업이 영업·구매·생산·기술부문을 지원하고, 수은이 인사·노무·재무 등 전반적인 경영관리를 담당하는 식이다.

삼성중공업은 기존의 영업망을 활용해 성동조선의 신규 선박 수주를 발굴하고, 성동조선과의 외주계약으로 선박 블록 등 일감을 제공해 안정적인 건조물량 확보를 지원할 예정이다. 설계 등 기술지원에도 적극 나선다.

수은은 재무 지원 등을 맡아 삼성중공업의 경영부담을 줄여 주기로 했다. 이 행장은 “삼성중공업에 위험이 전가되는 부분은 수은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연내 성동조선의 유동성 부족에 대해서도 수은이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력을 통해 양측 모두 어느 정도의 실익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은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늪에서 헤어나며 일단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 수주량 기준으로 세계 8위까지 올랐던 성동조선해양은 2010년 4,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이후 채권단의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가 올 4월 말까지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럼에도 적자가 이어지자 우리은행 등 다른 채권단들이 추가 지원을 거부했고, 수출입은행은 5월 단독으로 성동조선에 3,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수은은 민간조선사에 위탁경영을 맡기는 방안을 최후의 해법으로 꺼내들었다. 과거 현대중공업이 현대삼호중공업(옛 한라중공업)을 위탁경영해 경영정상화를 한 뒤 인수를 했던 사례를 참조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위탁경영 추진도 녹록치 않았다. 조선업의 구조적인 부실이 심각한 탓에 중소조선사를 떠맡을 여력이 있는 대형사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번 협약이 수은이 당초 추진했던 위탁경영이라기 보다는 간접 지원 방식의 협력경영에 가까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이 심각하고 삼성중공업의 자금 사정도 악화된 점을 감안해 (삼성중공업의) 책임성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삼성중공업 입장에선 책임을 최소화하는 대신 명분과 실익을 동시에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동조선이 비교우위를 지닌 선종을 확보해 선주 수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는 실익과 함께 삼성중공업의 거점인 거제의 인근에 자리한 통영 지역 수출의 91%를 차지하는 중소업체의 회생을 돕는다는 명분까지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성동조선은 중형상선 전문이라는 점에서 삼성중공업과 겹치지 않고, 향후 경영정상화에 성공해 매력적인 매물이 될 경우 인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추가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만큼 협력경영의 성과가 빨리 나타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행장은 “이번 협약으로 이른 시일 안에 성동조선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성동조선의 올해 유동성 부족분은 우리가 책임지겠지만 내년부터는 추가자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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