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위장 일부 절제 대수술
8월 복귀 후 만루포 더해 10타점
"땀 흘리면서 살아있음을 느끼죠"
“관리와 조절만 잘하면 (몸 상태는) 100%라고 봐도 될 것 같아요.”
날벼락 같은 위암 발병으로 위장의 3분의 2를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고 그라운드로 돌아온 한화 정현석(31)이 연일 웃음 띈 얼굴이다. 치명적인 병마를 딛고 복귀한 자체만으로도 야구 팬들과 동료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는데 활약도 빼어나다.
지난해 12월 수술 뒤 8월초 복귀한 정현석은 31일 현재 21경기에서 타율 0.328, 1홈런 10타점을 기록 중이다. 홈런 1개는 지난달 28일 마산 NC전에서 결승 만루포로 장식했다. 그는 “생각보다 훨씬 잘하고 있지만 지나간 경기는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지금 땀 흘리는 자체가 좋다. 살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현석은 그라운드를 떠나 있는 동안 야구에 대한 절실함을 품었다. 수술 여파로 몸무게가 10㎏ 넘게 빠지는 등 다른 선수들보다 불리한 신체 조건이지만 그 대신 관리와 절제를 배웠다. 그는 “쉽게 말해 몸에 좋은 것만 하고 나쁜 건 안 한다”라며 웃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생활 패턴이 불규칙하다. 야간 경기를 치르고 숙소로 돌아가 샤워와 식사를 하면 금세 자정이 가까워진다. 새벽이 돼서야 겨우 잠을 이루는 만큼 아침 식사도 거르는 선수가 다수다.
정현석은 힘든 환경 속에도 몸 관리를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한다. 주위의 유혹도 아예 차단한다. 경기가 끝나면 숙소에서 곧바로 수면을 취하고 아침 식사도 거르지 않는다. 위 일부를 잘라낸 만큼 조금씩 여러 번 나눠 먹는다. 기본적으로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먹으면서 식사 중간 바나나 등 과일을 꼬박 챙겨 먹는다. 특별히 못 먹는 음식은 없지만 맵고 짠 음식은 가급적 피한다.
정현석은 “수면 시간을 줄이더라도 식사는 꼭 챙기려고 한다. 식습관이 중요하다”며 “집에 있을 때는 아내가 알아서 신경 써주지만 밖에서 먹을 땐 스스로 탄수화물, 단백질 등을 계산해 가면서 먹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복귀 후 첫 홈런을 데뷔 첫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한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으로 여겼다. 정현석은 “홈런을 칠 때 특별한 느낌이 없었지만 나중에 생각하니 ‘어떻게 쳤나, 내가 친 게 맞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했더니 가족들 모두 다 울었다고 하더라. 나도 TV에서 편집된 홈런 하이라이트장면을 5번이나 봤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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