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의 복귀로 4개월여 만에 재개된 노사정 대화가 아슬아슬하게 이어지고 있다. 본 게임 전에 벌이는 기싸움 성격이지만 상대를 향한 장외 압박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도입 문제를 논의할 별도 협의체 구성을 놓고 파행으로 이어질 뻔했던 노사정 간사회의가 1일 협의체를 구성키로 합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또 핵심 쟁점을 논의할 노사정 토론회가 7일에 열리는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
토론회에서는 노사정 간 의견 대립이 극심한 일반해고 지침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문제도 다뤄진다. 이 두 문제에 발목이 잡혀 다른 현안 논의가 지연되는 상황은 노사정 모두에게 부담이다. 때문에 노사정은 서로의 입장차를 드러내고 확인하게 될 토론회를 계기로 두 문제를 중장기 과제로 돌릴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근로시간 단축, 파견업종 확대 등 나머지 현안 협상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우려되는 것은 협상장 바깥에서 이뤄지는 무분별한 언사들이다. 협상은 상대와의 의견차이를 좁혀 나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협상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인사들이 상대를 일방적으로 자극하는 발언을 한다면 어렵게 이뤄진 대화의 틀이 깨질 수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그제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는 “10일까지 노동개혁 타협안이 나오지 않으면 노동개혁 관련 정부예산은 낮은 수준으로 편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예산안 국회 제출 시한인 10일까지 타협하지 않으면 실업급여 인상 등에 필요한 예산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그야말로 노동계를 압박하는 발언이다.
내년 정부예산은 12월초까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조정이 이뤄진다. 현직 국회의원인 최 부총리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정부예산 제출 시한을 협상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은 현실을 가린 몰지각한 처사다. 불과 열흘 만에 타협안을 내놓으라 하는 것은 숫제 협상을 하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 이런 발언은 협상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판을 깰 수 있다. 최 부총리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을 곱씹어보기 바란다. 노동개혁은 채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경제5단체도 기자회견을 갖고 일반해고 지침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를 법률로 정하자고 주장했다. 기업이 쉽게 해고를 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확산 중단 등을 요구하며 예의 노사정위 이탈 카드를 내밀었다. 노사정의 장외 기싸움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 이젠 협상 테이블에 앉아 그야말로 협상에 전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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