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82) 시인의 문학세계를 심도 있게 조명하기 위한 고은학회가 창립됐다. 노벨문학상 후보 혹은 정치 투사에 한정됐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학문 연구의 대상으로서 시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본다는 취지다.
학회 창립준비위원장을 맡은 한원균 한국교통대 교수는 1일 “고은 시인을 향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 연구자들 중에도 그의 작품 ‘만인보’를 제대로 읽은 사람이 많지 않다”고 지적하며 “정치적 관점에서 시인을 재단하려는 시도와 작품을 다 읽지 못한 사람들의 어설픈 속단에 맞서 시인이 57년간 써온 방대한 분량의 작품에 대해 이론적?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고은학회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만인보’는 시인이 1986년부터 2010년까지 쓴 30권, 4,001편의 연작 장시다. 가족부터 역사적 인물까지 5,6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생애를 하나하나 묘사, 한국 민중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 받는다. 학회는 ‘만인보’를 비롯한 시인의 작품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연구자들의 학문적 성과를 수렴해 논의를 활성화시킬 방침이다.
고은학회는 일부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그 필요성을 주장해 오다가 수원시가 지원 의사를 밝히고 수원문화재단이 시인 관련 인문학 세미나를 제안하면서 설립이 구체화됐다. 창립준비위원회는 강연호, 곽효환, 김수복, 김완하, 안도현 등 시인, 평론가, 국문학자 14인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11일 수원문화재단에서 창립총회를 겸하는 학술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원로 문학평론가 염무웅씨가 기조 강연을 하고, 김수복 단국대 교수가 ‘만인보의 미학’을, 오윤정 서강대 교수가 ‘고은 문학의 번역 문제’에 대해 발표한다. 10월 23~25일 전북 군산에서 열리는 제1회 고은문학축제에서도 세미나가 열린다. 한 교수는 “해외의 관심도 뜨거워 학회에 가입하겠다고 한 외국 교수가 1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